28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EU(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에게 난민 문제에 있어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 무역정책과 관련한 성명 채택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콘테 총리는 이날 “경제, 안보, 디지털 문제 등 모든 논제에 앞서 이탈리아 난민 유입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는 난민 정책을 재조정해야 하며 공허한 말에 의지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한 EU 고위 인사는 “이탈리아가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어려울수록 EU 정상들은 결속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도날트 투스크 EC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으나 취소했다. EC 대변인은 성명서에서 “한 회원국이 전체 회의 결론에 대해 반대했고,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초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의 연정으로 새 정부를 출범시킨 후 유럽 내 ‘불만왕’이 됐다. 유럽으로 난민이 유입되는 통로 초입에 있는 이탈리아는 난민이 처음 발 디딘 곳에서 망명 신청을 하도록 규정한 더블린조약과 난민 할당제 등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이탈렉시트’를 거론하고 최근에는 러시아 제재에서도 EU와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EU 내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극우 정당들이 득세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덴마크 등도 난민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균열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 등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데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EU가 흔들리면서 유럽 내 결속을 강화하고자 하는 메르켈 총리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 이슈가 EU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켈 총리는 자국 내에서도 난민 정책 갈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사회민주당(SPD)은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데 난민 정책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CSU가 최근 메르켈 총리와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CSU 당대표이자 내무장관인 호르스트 제호퍼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난민 정책 해법을 제시하라고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