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질이 보존되는 방식

입력 2018-05-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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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업금융부 기자

“어떻게 저런 인간을 승진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부딪히곤 한다. 한 중견기업에서 이제 막 대리 직급을 단 친구가 최근 승진한 자신의 상사를 이야기하며 매운 낙지볶음을 연신 씹어댔다.

“최근에는 그 미투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며 자중하지만, 과거 성희롱으로는 '1등 저리 가라'했던 사람”이란다. 여전히 갖가지 사적인 심부름과 폭언, 황당무계한 지시들로 직원들의 자존감을 짓밟고 있다고 했다. 분노의 화살은 단순히 한 개인을 향하지 않았다. 그런 ‘질 나쁜 인간’쯤이야 어딜 가든 한 명씩 있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그들이 활개를 치도록 방치하고, 심지어 영향력을 확대하는 조직 시스템이 무섭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많은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한 건 그런 비정상을 몸으로 겪어와서다. 갑질을 고발해도 무시당하거나 더 큰 갑질을 당하는 일이 되풀이돼 온 역사가 너무 길었다.

간혹 일이 잘 풀려 피고발인이 회사를 나가게 돼도, 명예에 금이 가지 않는 선의 퇴사로 갈무리하고 조직만 옮겨 갑질이 반복된다. 당당하게 신분을 밝히라는 말 자체가 무지에서 나온 권력이고, 폭력이다.

최근 한 금융회사에서 터진 갑질 고발 역시 전래동화처럼 전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익명의 분노들이 모여 이른바 갑질 임원에 대해 고발을 단행했지만, 회사는 간단한 감사 후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이후에 그는 높은 자리로 승진했다. 해당 조직의 구성원 다수가 비정규직인 탓에 노조도 눈을 감았다. 그 사이 회사는 고발자의 마스크를 벗기려 골몰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쩌겠어.” 매운 입을 식히려 찬 콩나물국을 들이키던 다른 친구가 말한다. 갑질이 보존되는 방식이 이렇게도 새겨져 있구나. 그러나 차마 “무슨 소리, 더 지랄해야지”라고 핀잔주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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