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모두진술(冒頭陳述)

입력 2018-05-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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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비자금 횡령,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이 23일 열린다.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10분 정도 ‘모두진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보도를 들은 어느 학생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그 많은 기소 내용을 어떻게 10분 동안에 ‘모두 진술’하겠느냐”며 친구들과 깔깔거리고 있다. 지나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학생들의 무식함을 개탄해야 할지 아니면 넘치는 재치를 칭찬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진술의 ‘모두’는 ‘冒頭’라고 쓰며 각 글자는 ‘무릅쓸 모’, ‘머리 두’라고 훈독한다. ‘무릅쓰다’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원래는 “머리에 덮어쓰다”라는 의미이다. 어려운 일을 머리에 덮어쓰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무릅쓰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冒頭진술은 직역하자면 ‘머리에 덮어쓰는 진술’인데 이는 ‘첫머리 진술’, 즉 ‘첫 순서로 하는 진술’이라는 뜻이다.

형사소송의 첫 공판은 일반적으로 冒頭절차→증거조사→변론→판결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네 단계 중에서 첫 단계인 冒頭절차는 재판장이 피고인으로 출석한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성명, 연령, 본적, 주소,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認定訊問)과 검사의 공소장 낭독, 피고인 및 변호사의 진술 등이 차례로 이루어진다. 이 전 대통령은 이 冒頭절차 내에서 피고인으로서 10분 정도 冒頭진술을 한다는 것이다.

冒頭절차, 冒頭진술의 冒頭라는 말은 아무래도 일본에서 온 것 같다. ‘첫 절차’, ‘첫 진술’이라는 말을 써도 될 것을 왜 굳이 ‘머리를 덮어씌운다’는 의미의 ‘冒頭’라는 말을 쓰고 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개심진술(開審陳述)’, 즉 ‘심리(審理)를 개시하는 진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冒頭陳述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용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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