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Eco&경제]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입력 2018-03-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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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이자,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인 월터 패터슨(Walter Patterson)은 저서 ‘Electricity vs Fire: the Fight for Our Future(전기 vs. 불: 미래를 위한 투쟁)’를 통해 “기존의 화석에너지 중심의 산업 구조와 에너지 시스템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원하는 미래를 위해 행동하라. 기다린다고 다가오지 않는다. 오늘을 화석에너지 시대를 넘어서는 시작으로 삼으라(Today could be the day you start thinking beyond the Fire Age)”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올해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에너지는 산업 활동의 원동력이며, 국민 생활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필수재이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은 매우 중요하며, 에너지 공급에 따른 사회적인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존(賦存) 에너지 자원이 열악한 우리나라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자원 빈국’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부는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육성 및 제조업 중심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질의 에너지를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집중형 대규모 공급 중심으로 석탄과 원전 위주의 전원(電源) 정책은 중요하게 다뤄진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형 전원의 보급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됐다. 또한 수요 관리가 미흡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저조하며, 에너지의 친환경성이 부족해졌다. 신규 원전 부지에 대한 갈등 및 대규모 석탄발전소 가동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 발생 등 에너지 정책에 따른 사회적인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연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지, 에너지는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1990년대에는 일본의 절반 수준, 독일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던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사용량은 오늘날 이 두 국가의 사용량을 넘어섰다. 또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일본과 독일에 비해 낮았던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이들 국가들을 추월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에너지자급률이 3%(원자력 포함 시 19%)에 그치고 있고, 에너지사용량 대비 순수입 비율이 80%를 넘어서는 우리나라에 이제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미래의 에너지 정책은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에너지를 적정가격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 지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 아울러 친환경 에너지 분야 전문 인력의 양성과 함께 관련 법률의 제·개정, 전문조직의 설치를 비롯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사업 추진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국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와 관련해 친환경 에너지 기술 보유국들과 양자·다자 협정을 체결해 활발한 협력 활동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기대와 달리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결국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사회적인 비용 부담을 꺼리고, 화석에너지 위주의 산업구조를 지속하면서 현재 세대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태도, 그에 편승한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 그리고 정치적인 리더십의 부재 등이 결합한 데 따른 것이다. 새로운 변화와 미래로의 전환이 더디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이다. 이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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