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료계도 ‘미투’ 불길 번지나

입력 2018-03-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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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얀센 직원, 사내 성추행 피해 폭로…서울대병원·아산병원서도 의혹 제기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불길이 제약계와 의료계로도 옮겨붙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한국얀센에서 한 여직원이 사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 회사 측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미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미투 폭로가 나왔다.

한국얀센에서는 7년 동안 근무하던 여직원이 최근 회사를 떠나며 전사 메일을 통해 성폭력과 언어 폭력을 폭로했다. 가해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여직원은 “가해자를 지목하고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회사 내에서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 모두 인지하길 바라며,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기 위해 적는다”고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얀센은 즉시 사실 확인에 나섰다. 대표이사와 본사에 보고가 이뤄진 후 노동조합과도 긴급 회동을 가졌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어떤 종류의 괴롭힘도 사규 위반이므로 회사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내용이 사실일 경우 강력한 규정을 통해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직원의 메일 내용에 따르면 영업부 시절 고객이었던 의대 교수들이 술을 마시면 스킨십을 시도하고, 사내 선배들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여직원에게 점수를 매기거나 옆에 앉아 기댄 채 허벅지를 만졌다는 상급자도 있었다. “여자 팀원이 들어오면 불편하다”는 팀장의 발언 등 사내 언어폭력도 일상적이었다.

한국얀센의 ‘미투’ 사례는 제약업계에서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한국오츠카제약, 한국MSD 등에서 연이어 남성 상급자에 의한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대학병원에서도 ‘미투’ 사례가 여전히 반복되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교수 12명이 동료 교수가 학생, 간호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1999년경 한 교수가 인턴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는 재단 행사에 간호사를 동원해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고 춤을 추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의료계와 제약업계 특성상 공론화되지 않은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해 말부터 두 달간 조사한 ‘의료기관 내 갑질 문화와 인권 유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13.0%(794명)가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에서는 전공의 1768명 중 28.7%가 성희롱을, 10.2%는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 전공의는 631명 중 48.5%가 성희롱을, 16.3%가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폐쇄적이고 소문이 빨리 도는 업계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2차 피해를 입거나 직장이나 업계에서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피해 사실 공개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인다”며 “이번 미투 운동으로 일상적인 성폭력에 대해 자성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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