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家, 적통 둘러싼 '春鬪' 이면은

입력 2008-03-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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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 '전초전'인가

올 봄 현대가에 부는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2000년 자동차, 중공업 등으로 쪼개지기 전 재계 1위 현대가의 적통을 내세운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그룹의 상징인 현대건설을 현대가로 되찾기 위한 격돌을 앞둔 전초전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현대맨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전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범 현대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현정은 회장 '그룹 홍보물 첫 제작'사연

정몽헌 회장이 2003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지 올해로 5주기가 된다. 현정은 회장은 줄곧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가의 적통을 이어받았으며 이제는 자신이 이러한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대외에 표명해 왔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 체제 출범이후 처음으로 그룹 브로슈어와 홍보 동영상, 홈페이지 개편에 들어간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그룹 계열사 현대아산도 처음으로 사외보를 제작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현대라는 이름을 쓰는 기업이 너무나 많아 그룹을 알리는 데 문제가 있었다. 그룹의 위상을 제대로 알리자는 차원에서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러한 현 회장과 현대그룹 움직임이 현대가의 적통을 잇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킴과 동시에 매각작업의 물이 오른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 회장과 범 현대가 사이에는 적통성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아 왔다. 그 면면에는 '정'씨의 현대그룹이냐 '현'씨의 현대그룹이냐 논란이 자리해 왔다.

현 회장은 2003년 11월에는 시숙인 정상영 KCC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 2006년 4월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대량 매입함에 따라 또다시 경영권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현 회장은 "자신은 정씨 집안에 시집와 정씨 가문 사람"이라고 단호히 대응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홍보물 제작은 적통 명분과 함께 현대건설 인수전 대비 등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 다시 불붙은 적통 '기싸움'

현대가 적통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게 아니냐는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올 1월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現代’라고 새겨진 그룹 표지석을 서울 종로구 계동 옛 현대그룹 사옥에 원상 복구시켜 놓았다. 2002년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당시 현대차그룹이 본사 사옥을 사들이고 표지석을 없앤 지 5년만이다.

지난해 계열사인 로템을 '현대로템'으로 개명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수한 신흥증권의 새로운 이름을 영문만을 사용한 ‘HYUNDAI IB증권’으로 결정했다.

이를두고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이 강하게 반발해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증권 측은 “비슷한 이름을 쓰면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발음상으로는 다 같이 현대라고 읽힌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고객들의 혼동과 오인을 방지하기 위해 영문명을 사용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같은 건설업종이지만 '현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IB증권'이란 국문과 영문 혼합의 사명도 염두에 뒀으나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어 이를 접었다는 후문도 있다.

설 연휴이후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을 TV광고에 담아 내보내고 있다.

정 의원은 또 아버지 호인 '아산'을 딴 '아산정책연구원'을 최근 출범시켰다. 그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이사장도 맡고 있고 '정주영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 의원의 아버지 찾기가 눈에 띄고 활발해지고 있는 대목이다.

곧 있을 '현대건설'인수전이 주목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여러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나 재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현대건설이 범 현대가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것이 현대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이 됐든 아니면 이해관계가 얽힌 범 현대가가 됐든.

범 현대가가 정 명예회장의 분신인 현대건설을 되찾게 될 경우 '적통'을 확보하는 것임과 동시에 현직 대통령이 최고 경영자를 거쳐 간 곳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범 현대가의 적통 논란은 현대건설 인수전을 앞두고 벌어지는‘기싸움’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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