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산업부의 뼈아픈 반성…"경험ㆍ역량 부족, 부실한 경제성 평가가 원인"

입력 2017-11-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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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비 회수율 38%…확정된 손실만 투자비의 30% 상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3사는 29일 2008년 이후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외형은 확대된 반면, 성과는 미흡하다고 자체 평가를 했다. 이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부실 원인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여권의 요구에 따른 반성이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3시 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해외자원개발 혁신 티에프(TF)’ 착수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자체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자원개발률 상승했지만 실제 도입 물량 ‘미미’=산업부는 올해 6월 기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투자(43조4000억 원) 대비 회수(16조7000억 원)율이 38%이며, 현재까지 확정된 손실액(13조6000억 원)만도 투자비의 30%를 웃돈다고 밝혔다.

자원개발률은 2008년 5.7%에서 2016년 14.8%로 상승했으나, 실제 국내로 도입한 물량(2016년 기준)은 원유 0.3%, 광물 28.0%, 가스 29.0%에 그쳤다.

비상시 실제 도입가능 물량도 석유 47%, 가스 64%, 광물 92% 수준으로 제한적인 실정이다. 투자대상국의 반출 규제 등이 원인으로 관측된다.

국내기업이 조달ㆍ설계ㆍ시공(EPC) 등을 수주한 실적은 총 투자비의 3.4%(석유), 14.1%(광물)이며, 운영권 확보 사업들도 11.0%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자원개발 부실로 광물공사는 자본잠식 상황이며, 석유공사는 부채비율이 2008년 73%에서 2016년 529%로 7배 상승하는 등 자원 공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부실덩어리 해외자원개발, 산업부 "모든 과정에서 문제"=산업부는 이러한 해외자원개발 부실이 발생한 원인은 해외자원개발 모든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먼저 셰일가스 확대 등 전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간과하고, 정확치 않은 시장전망 하에 전통유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고 봤다.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비용ㆍ고위험’ 사업에 참여했으며, 2008년 이후 투자사업들의 수익성이 2007년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외국기업은 신중한 투자로 위험을 분산했으나, 국내 공기업은 압축적 성장을 추진하며 유가 하락기에 큰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인수합병(M&A) 등 추진시 비용은 과소평가하고, 수익은 과대평가하는 등 부실한 경제성 평가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을 성급하게 인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상 인정되지 않는 자원량도 포함하거나, 업계 평균 대비 지나친 생산량 가정, 과도하게 높은 가격상승 전망 등이 지적됐다.

자원개발 3사는 자원 처분권이 없는 해외주식을 매입해 자주개발률 실적을 충당한 후,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는 등 변칙적 주식투자를 통해 8000억 원을 투자, 5000억 원 손실을 입기도 했다.

과도한 차입과 무분별한 자회사 채무지급 보증으로 총 부채규모와 이자비용이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자원개발 3사의 부채는 2007년 12조9000억 원에서 2016년 54조3000억 원으로 상승했고,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300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사업성사를 위해 과도한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법적 대응책은 미비하는 등 계약상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조직, 인력은 확대됐으나 운영능력 제고, 기술 습득 등은 등한시해, 자원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탐사사업에서 큰 규모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자원개발 3사의 탐사실패 손실은 2003~2007년 8000억 원, 2008~2012년 2조4000억 원, 2013~2016년 700억 원 규모다.

◇부처 관리ㆍ통제 소홀, '부처 칸막이' 지적도=해외자원개발사업이 부실을 초래한 데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중요사항 위임(출자, 사채발행) 등 과도하게 공사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부처의 관리ㆍ통제 시스템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재무관리는 기재부에서 하고, 사업관리는 산업부에서 하는 등 부처간 칸막이로 인한 관리 사각지대도 발생했다.

아울러 비전문가 위주의 사외이사 선임 등 공기업 이사회의 내부 경영견제와 감시기능도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공사 사외이사 중 전문가 비중은 20%로 저조한데다 광물공사는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는 또한, 자원외교 시 양해각서(MOU)를 최종적 성과인 것으로 홍보하고, 당초 홍보 대비 실적은 부진해 국민적인 상실감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MOU 82건 중 최종사업으로 연결된 것은 10건에 불과하다. 이라크 쿠르드사업은 국내 2년치 소비량 유전을 획득했다고 홍보했으나, 현재는 4개 광구 전부 탐사에 실패한 상황이다.

TF에서는 대규모 부채와 잔존부실로 추가손실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며, 제3자의 객관적, 전문적인 경제성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국정조사 당시 예상 회수율은 121%로 전망됐으나, 최근에 전문기관을 통해 다시 산정한 결과, 95%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TF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실제 회수액도 국정조사 당시의 전망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95% 수준의 회수 가능성마저도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TF는 민간 중심으로 제3자의 객관성있고, 전문적인 실태 파악 후 사업별 처리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중구 TF위원장(서울과기대 교수)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국가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향후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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