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제가 불안하다

입력 2008-02-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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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장개석(蔣介石)이 중국 본토에서 쫓겨난 것은 모택동(毛澤東) 때문이 아니었다. 장개석 국민군대를 폐퇴시킨 가장 큰 원인은 당시 폭등하던 인플레였다. 인플레로 장개석은 군대와 노동자의 지지를 잃었다. 민심의 지지 기반 상실로 장개석은 모택동 인민군대에게 쫓겨나야 했다. 인플레는 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을 잃는 가장 큰 고리였다.

우리 경제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올랐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불안한 상승세를 급하게 타고 있다. 주식시장은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 국제수지도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 같은 불안 조짐은 일단 국내 요인보다는 해외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 원유 값이 초강세이고, 철•구리 등 천연자원과 곡물 값이 국제시장에서 계속 오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해외 요인은 우리만 겪는 게 아니고 세계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인플레와 경기 침체를 해외요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선 국내 경제동향을 살펴보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중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3.9% 올랐다. 이 상승률은 2004년 9월의 3.9%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3.0%, 11월 3.5%, 12월 3.6%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인플레에 따른 민심 이반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가 어렵다.

인플레 뿐만 아니다. 경기 선행지수인 주식시장이 올 들어 400포인트 이상 밀려나 코스피 지수가 16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어쩌면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도 문제 덩이리다. 수요억제라는 노무현정권의 어긋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가 11만2천2백54가구로 5년 전인 2003년 3월의 2만3천5백68가구보다 3백76%나 증가했다. 수출시장 여건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나날이 값이 오르는 수입원자재는 물가와 국제수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백22만5천원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했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2.5%에 지나지 않았다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또 계층 간 소득격차도 자꾸만 더 커지고 있다.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0.352로 2006년의 0.351보다 더 악화됐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균형이 높고 0에 가까울수록 불균형이 낮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7.66배로 2003년의 7.33배보다 더욱 높아졌다. 즉 지난 5년 동안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런 부정적 요소는 경제 현실에서 크게 인플레와 경지침체라는 이중적인 어려움을 갖다 줄 개연성이 크다. 즉 올해 우리 경제가 ‘경기 하강 속 물가상승’이라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소용돌이에 들어설 수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민•관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민심을 추스르며, 경제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 판단된다.

새 정부는 현재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의욕만 갖고 경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세울 때 정말로 유념해야 할 점은 활성화가 자칫 경기부양으로만 흘러서 경쟁력 제고를 등한시하면 결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건설 경기 진작이나 일부 생필품 가격 통제 등 단기적인 경기부양 및 물가 안정책을 썼다가 경제 활성화에 실패한 정부가 김영삼 정부 이후의 정부들이다. 이를 귀감삼아서 효율적이고 건전한 성장을 이루는 경제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건실한 경기활성화와 경기회복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나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새 정부는 앞선 정부들처럼 임시변통 정책으로 경제를 왜곡시키거나 반기업적인 정책으로 경쟁력 저하와 저성장에서 헤매게 한 정책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쟁력 제고를 주개념으로 하고 경기회복을 종개념으로 한 포괄적인 경제대책이 새 정부에서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유효한 경제시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인플레 속에 경기는 침체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리 경제가 맞닥뜨릴 수 있다.

유효한 경제시책의 중•단기 미시경제 분야로는 ▲공공요금 및 공산품 가격 안정화 ▲농산물 및 수입원자재의 가격 안정과 공급 대책 마련 ▲공급 중심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시책 ▲경기동향과 연계한 통화정책 등이 마련돼야겠다. 중•장기 거시경제로는 ▲산업별 경쟁력 제고 방안 수립 및 시행 ▲금융 및 서비스 시장의 개방 및 세계화 ▲기업의 R&D 투자 적극 장려 및 지원 ▲국내 농축수산물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 수립 ▲유통 구조 혁신을 위한 장기 로드맵 수립 등이 필요하다.

민간부문에서도 할 일이 많다. 우선 기업들은 영업 실적 확대로 경영을 안정시키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겠다. 경쟁력 유지 및 제고가 기업 생존에 사활이 걸린 중대사안임을 직시하고, R&D투자와 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후기산업사회에서 기업이 사회에서 생존해 나가려면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만 되지 않는다. 소비자로부터 ‘생존해도 좋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생산과 마케팅 차원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함께 하는 경영정책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가 이제는 기업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이슈가 되었다. 어느 기업이든지 이제는 사회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우선 시장 바구니에서 찾아오고 그 다음은 직장 구하기에서 온다. 새 정부는 경제 정책의 단기 목표로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개석이 대륙을 잃은 것도 따지고 보면 물가를 잡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물가와 일자리 창출이 민심을 얻는 첩경임을 알아야겠다.

새 정부는 민심을 얻으면서 향후 5년간 중•장기 경제 정책 목표로서 나라 경제의 경쟁력을 집중 제고시키는 게 긴요하다. 그 때가 되면 국가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성장의 동력원이 되어 안으로는 국민 경제를 활성화하고, 밖으로는 우리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들도록 해야겠다. 새 정부의 첫 경제시책이 얼마나 유효하고 적절한 시책으로 마련될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재완 편집인 [choijw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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