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엔 壯士 없다…‘장사' 망친 패션시장 “야단났네”

입력 2017-11-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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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여파 합리적 소비 트렌드 확산…패션시장 올 43조로 9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전망

올해 국내 패션 시장이 9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고급의 대명사 백화점 위주에서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아웃렛이나 쇼핑몰 등으로 발길을 돌린 데 따른 결과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 나아가 지출을 최소화하는 김생민 식의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등 실속 소비 트렌드가 패션뿐 아니라 일상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연)에 따르면 2017년 패션시장 규모는 43조408억 원으로 전년보다 0.3% 역신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시장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008년(-4.1%)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6년째 연평균 3%대 성장에 머물면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긴 했지만 올 상반기 실적 급락으로 시장 규모가 더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는 당초 2.7%(18조7722억원)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로는 성장률이 마이너스 4.6%(17조4336억 원)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패션시장의 경우 통상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높게 나타나는 데다 평창올림픽 등 국내외 이벤트의 영향도 있어 하반기에는 전년보다 2.8%(25조6072억 원) 성장하겠지만 연간으로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으로 섬산연은 내다봤다.

이 같은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은 전체적인 구매율이 감소한 가운데 구매 개수는 늘어도 구매 금액은 대폭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때문으로, 할인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들이 이른바 ‘땡처리’ 제품을 주로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이사는 “소비자를 다시 한번 잡아보겠다는 생각에 업체들이 가격으로 승부를 본 것”이라며 “올 상반기 4.6% 역신장률은 금액으로 8500억 원 수준으로, 그만큼 싼 가격으로 제공해 매출 감소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섬산연 관계자는 “백화점 구매 선호도는 낮아지는 대신 아웃렛 구매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며 “가성비를 앞세운 소비행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다용도 활용 가능성이 구매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가성비 소비 트렌드는 소비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 소비자 조사기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화장품 부문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51%에서 44%로 감소한 반면 드럭스토어나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일반 매스(Mass) 브랜드는 34%에서 38%로 증가했다. 파운데이션으로 유명한 애경의 ‘에이지 20’s 에센스 커버팩트’는 지난해 모든 파운데이션 카테고리(쿠션 제외)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의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Filite)’는 출시 6개월 만인 지난달 말 1억 캔 판매를 돌파했다. ‘12캔에 1만 원’인 필라이트가 편의점에서 ‘4캔에 1만 원’인 수입맥주에 비해 무려 3분의 1이나 저렴하다 보니 주머니가 가벼워 가성비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덕분이다.

대형마트도 가성비를 내세운 다양한 자체상표(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기존의 식품과 생활용품 위주에서 최근에는 가전으로 시장을 넓혔다. 이마트가 최근 출시한 ‘노브랜드’ 32인치 HDTV는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인 19만9000원에 선보이면서 출시 7일 만에 초도 물량 6000대 ‘완판’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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