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백

입력 2017-11-06 11:13 수정 2017-11-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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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정책사회부 기자

대검찰청 별관 여성화장실에는 얼마 전까지 나무 벤치 의자가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다 잠시 걸터앉아 쉬는 곳이었다. 결혼식이 있는 주말에는 혼주가 한복을 갈아입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고백건대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 공간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50, 60대 여성이어서 여성화장실에만 이런 공간을 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여성화장실에 들어와 볼 일이 없는 남성들은 이 의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용변 보는 소리에 민망할까 봐 에티켓벨도 마련해 두는 마당에 가장 내밀한 공간에서 마주쳐 서로 어색해할 일이 잦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그곳에 앉아 아픈 무릎을 두드리는 분들이 내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자들이 없다. 여름휴가를 다녀오니 의자들이 싹 사라졌다.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속으로만 품고 있던 생각을 누군가에게 들킨 기분이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사라지길 바란 건 아니었다. 전해 듣기로는 나와 같은 불편함을 토로한 사람이 있어 없앴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유니폼을 걸어둘 캐비닛도, 보온병을 둘 공간도 사라졌다.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서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요원하다.

애초에 이 문제는 청소노동자들의 쉴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배려 없음’에서 시작됐다. 휴게공간이 제대로 마련됐다면 불거지지 않을 문제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청소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이 농땡이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건 노동 강도를 봐도 알 수 있다.

본관 건물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고,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건너편에 있는 대법원에서 조용히 통화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과는 사뭇 비교됐다.

‘인권 수호자’를 자처하는 검찰청에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게실이 제대로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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