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는 이유

입력 2017-10-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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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정부인 카탈루냐가 이르면 오는 10일(현지시간) 분리 독립을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스페인 내부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스페인 북동부 최대 도시인 바르셀로나를 끼고 있는 카탈루냐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갑자기 이처럼 격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알려진 바로는, 풍부한 카탈루냐의 세금으로 가난한 다른 지역까지 먹여살리다보니 경제적 문제가 독립 운동의 단초가 됐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거졌던 분리 독립설이 실제 주민투표로까지 발전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리당략과 불충분한 과거사 청산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지난 5일, 독립 선언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카탈루냐 주 자치의회를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9일 본회의를 열어 스페인으로부터의 카탈루냐 분리독립 안건을 표결하기로 한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이에 불복해 본회의를 10일에 열기로 다시 결정했다. 헌재는 스페인 정부의 영향 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립 찬성파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세금 용도를 둘러싼 카탈루냐 주와 중앙 정부 간 갈등은 징세권 쟁탈전으로 발전했다. 이것이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독립 운동을 이끄는 주 총리가 속한 정당의 부정부패 사건이 있다. 이 부정부패 사건에서 대중의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려고 주 정부가 분리 독립을 추진했다는 것.

또 하나는 스페인 집권 여당이 주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여당 지지층은 분리 독립을 달가워하지 않는 보수파가 대부분. 선거를 생각하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7일 대화 거부 의사를 다시 표명했다. 결국 지방 정부나 중앙 정부 모두 권력 유지를 우선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셈이다.

과거사도 얽혀있다. 중앙 집권을 지향하던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 정권(1939~1975)은 카탈루냐의 분리 주의자들을 탄압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보수 성향의 현 여당은 이런 부정적인 역사를 회피하며 제대로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운동은 그 반발인 것이다.

흔히 카탈루냐 사람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성실하고 근면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오만하거나 구두쇠로도 여겨진다는 것. 이런 감정적 충돌도 무시할 수 없다. 국왕 펠리페 6세는 3일, 독립 찬성파를 비난했는데, 이는 원래 왕실에 대한 충성심이 낮은 카탈루냐에 대한 비난이기도 했다는 것.

지난 1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90%가 독립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카탈루냐 주 최대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는 8일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반대파도 적지 않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가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독립 선언을 강행할 경우 스페인 헌법에 따라 자치권을 중단한다는 초강수를 둘 계획이다. 국방군 창설과 유럽연합(EU) 가입 절차의 어려움, 여기에 경제적 단점까지 고려하면 결국 잔류파가 이긴다는 게 독립 반대파의 계산이다.

앞으로 스페인은 헌법에 별도의 독립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현 헌법은 제2조에서 ‘국가의 지속적인 통일’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다만 헌법 개정까지는 국회 동의와 총선 등 많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독재 정권에 대한 반성에서 1978년에 태어난 민주 헌법이지만 개헌에 대해선 금기시하는 목소리도 높아 국론을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문은 결국 스페인은 독재 정권의 잔재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불충분한 과거사 청산이 정치 리스크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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