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하는 이유는 미국과 직접 협상하기 위함”이라며 “북한은 자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31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북한 대응 전략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미국이 그간 주장해왔던 북한에 대한 ‘중국책임론’은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 오판 때문에 중국에 북한의 책임을 넘기는 상황에서 북한은 마음 놓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실험을 했다”고 역설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또한 “불과 20여 일만에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2000km 증가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라며 “북한 미사일 수준에 대한 의견은 갈리지만 미국 쪽에서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과 같은 세부 기술까지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합동참모본부에서 고려하고 있다는 군사적 옵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군인들이 말하는 원점타격이나 정밀타격은 그저 말폭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쪽의 5000만 인질이 있는데 북한이 (원점 타격) 당하면 가만히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세현 전 장관은 ‘베를린 구상’ 폐기를 주장하는 야당을 향해 “야당은 꼭 매미 같다. 매미는 한 철만 사는데 한비자의 표현 중에도 ‘매미와는 사철을 얘기 못한다’는 말이 있다”라며 “베를린 구상은 5년짜리다. 미국도 지금 북한의 여러 가지 움직임으로 봐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지금쯤 하고 있다고 보는데 곧 대화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야당도 국정을 생각한다면 향후 4~5년을 내다봐야 한다”라며 “우리 문제에 우리가 끼지 못하는 ‘코리아 패싱’을 방지하기 위해 대비책을 세워놔야 한다. 베를린 구상은 그런 점에서 남북의 접점이자 대화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