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립의 대가 치른다...파리협정 탈퇴로 온난화대응 기술 후퇴 불가피

입력 2017-06-03 11:4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대책의 국제 틀인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트럼프는 지구의 미래를 지키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기업과 소비자가 환경을 중시하는 시대 조류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강대국이 ‘고립’을 선택함에 따라 혁신의 정체와 주도적 지위가 저하하다는 후유증은 트럼프 정권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주는 협정”이라며 “우리의 산업과 자주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의 성명에 국제 사회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였다.

파리협정의 가장 큰 성과는 200개에 가까운 나라와 지역이 온실 가스 배출 삭감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비 참가국은 시리아와 니카라과 뿐.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열성을 다해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탈퇴 발표 도중 성명을 통해 “현 정부는 미래를 거절하는 소수 국가에 참가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조지 부시(아들) 전 행정부는 2001년 온실가스 삭감을 선진국에 의무화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를 결정, 참가국의 배출량은 세계의 10% 정도에 그쳐 교토의정서는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 이 반성에서 출발한 파리협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으며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참여를 촉구했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배출량 2위인 미국이 빠진다 해도 바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 달성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지원하는 100억 달러의 ‘녹색기후기금’에 30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오바마 전 정권의 약속도 트럼프는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협정 재협상도 제안했으나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독일 프랑스 정상은 즉각 공동 성명을 발표해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탈퇴했어도 소비자의 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 기술과 에너지 개발에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류를 외면하면 혁신 등에서 낙후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애플과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 기술(IT) 대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25개사는 1일 미국 주요 신문사 광고에서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고용과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전기자동차(EV) 개발 등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가 고용을 지킨다는 석탄 산업은 이미 사양길이다. 미국 산업계 전체에서 보면 미국은 파리협정 탈퇴로 다른 나라와는 이질적인 시장이 된 셈. 기업들은 앞으로 사업 진행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는 트럼프는 10월부터 시작되는 2018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EV 개발을 지원하는 부서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미국의 과학기술 예산은 지난해 1400억 달러 정도로 이미 중국의 1700억 달러를 밑돈다. 두뇌 유출에 대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일 미국 과학자들에게 “프랑스에서 함께 일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세계 리더로서 미국의 신뢰가 추락한 것이다. 파리협정은 미·중 협력의 상징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공동으로 참여를 호소해 세계적인 틀로 자리매김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그 역할을 스스로 버리고 온실가스 배출량 최고인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2일 벨기에 브뤼셀 강연에서 “다자간 규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탈퇴 결정이 큰 실수라고 확신한다”면서 중국과 EU가 파리협정 이행에 있어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리협정 가입국은 발효 4년 후 탈퇴할 수 있다. 미국이 절차를 마치는 시기는 2020년 11월 4일. 트럼프가 재선을 목표로 하는 차기 대선 다음날이다. 트럼프는 그때 파리협정 탈퇴를 포함한 모든 결정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김홍국의 아픈 손가락 하림산업, 6월 ‘논현동 하림타워’ 소집령 발동
  • 마운트곡스發 비트코인 14억 개 이동…매도 압력에 비트코인 ‘후퇴’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나스닥 고공행진에도 웃지 못한 비트코인…밈코인은 게임스탑 질주에 '나 홀로 상승' [Bit코인]
  • 전세사기 특별법 공방은 예고편?…22대 국회 ‘부동산 입법’ 전망도 안갯속
  • 반도체 위기인데 사상 첫 노조 파업…삼성전자, 경영 악화 심화하나
  • 단독 영업비밀 빼돌린 전 삼성전자 직원들 재판 행…공소장 살펴보니
  • '8주' 만에 돌아온 KIA 이의리, 선두권 수성에 열쇠 될까 [프로야구 29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437,000
    • +0.18%
    • 이더리움
    • 5,318,000
    • -0.64%
    • 비트코인 캐시
    • 649,500
    • +0.46%
    • 리플
    • 730
    • +0.14%
    • 솔라나
    • 237,900
    • +2.94%
    • 에이다
    • 636
    • +0.32%
    • 이오스
    • 1,127
    • +1.08%
    • 트론
    • 153
    • +0%
    • 스텔라루멘
    • 151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950
    • +1.64%
    • 체인링크
    • 25,400
    • +0.99%
    • 샌드박스
    • 633
    • +3.0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