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죄 추정의 원칙

입력 2017-05-31 10:37 수정 2017-06-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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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정책사회부 기자

납득이 가지 않는 형사판결을 마주할 때 듣게 되는 해명의 주된 근거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의심이 들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본다는 것이다.

수사 단계는 다르다. 입증 책임이 있는 검사들은 한정된 시간에 피의자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언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뛰어넘을 그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력을 되돌아보며 "수사는 의지의 문제인 게 맞다"고 강조하는 검찰 출신 변호사도 있다.

하지만 그 의지를 뒤틀리게 하는 압력이 작용할 때가 있다. 하명(下命) 수사다. 정권 입김에 따른 수사는 결국 보잘것 없는 성적표로 돌아온다. 줄줄이 무죄가 선고된 포스코, KT&G, KT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정농단 수사도 그런 점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를 제대로 한 게 맞냐는 질문에 검찰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수사 초기에 계좌추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수사 직후 우 전 수석 측근으로 수사대상에 올랐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돈봉투 만찬' 자리를 가졌다. 감찰팀은 문제의 장소에서 식사하고 오는 안일한 인식도 보여줬다.

이번 일로 검사들의 수당이 현실화했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격려금이 아닌 돈봉투로 프레임이 생긴 것에 씁쓸해하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칼을 쥔 검찰이 본인들이 가진 힘의 무게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느냐다. 이번 감찰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공정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공정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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