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를 만나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세상에 없던 소재 만들라” 철보다 강한 플라스틱 탄생시킨 집념

입력 2017-04-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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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반대 속 2004년 개발 시작 논문까지 직접 공수 10년만에 성공1990년 스판덱스 개발 세계 1위로…中 물량공세 속에서도 성장 이어가

▲조석래(가운데) 회장이 광주 북구 대촌동 한 중소기업을 방문,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조석래(가운데) 회장이 광주 북구 대촌동 한 중소기업을 방문,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세상에 없던 소재를 만들라.”

조석래 효성그룹 전 회장(현 효성 각자대표이사)의 ‘기술경영’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지구상에 없던 물질 ‘폴리케톤’을 만들어낸 것이다.

폴리케톤 개발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화학기업이 에틸렌 등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철보다 강한 플라스틱을 만들다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조석래 전 회장은 폴리케톤 개발을 지시한다. 당시 경영진은 “무모하다”며 반대했다. 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같은 세계적인 석유화학 업체들이 수백명의 연구원과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던 소재개발을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은 직접 논문까지 구해오며 신소재 개발에 나섰다. 조 회장은 연구권들과 함께 화학식을 검토해가며 연구개발에 열을 올렸다. 결국 조 회장은 10여년 만에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한다.

한때 대학교수까지 꿈꿨던 화학공학도 출신 CEO의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대학교수 꿈 꿨던 공학도 출신… 국내 최초로 민간기술 연구소 설립 = 1935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한 조 전 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바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일본 와세다대학 이공학부에 입학한 조 회장은 졸업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또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원에서 공학석사 학위까지 받은 조 전 회장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박사학위를 준비한다. 어렸을 때 부터 꿈꿔왔던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중 부친인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으로부터 부름을 받게 되고 조 전 회장은 공학도에서 경영인으로 새 삶을 살게된다.

공학도 출신답게 조 전 회장은 기술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그는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에 있다”며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효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판덱스도 기술연구소의 작품이다. 1989년 조 전 회장의 지시로 기능성 섬유와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나선 기술연구소는 1990년대 초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을 통해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의 스판덱스는 2000년대 들어 효성의 본격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2010년에는 스판덱스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다. 이후 현재까지 효성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스판덱스뿐만 아니라 타이어코드 역시 효성의 자체 기술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생산한 효성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1978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게 된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나서며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라미드, 라이오셀 등 다양한 소재의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 코드, 비드와이어 등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종합 타이어 보강재 메이커로 발돋움하게 됐다.

◇자체 개발 기술로 경쟁력 확보…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 조 전 회장의 이 같은 기술경영은 위기 때마다 구원자 역할을 하게 된다. 1999년 업계 1위의 글로벌 경쟁사가 효성을 상대로 제조특허를 위반했다는 특허 침해 소송을 국내와 미국에서 제소했다. 당시 효성은 모두 승소하며 경쟁사의 특허를 무효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송을 통해 효성의 독자 기술을 공인 받으며 선두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화학섬유 업계는 중국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공장의 10분의 1 수준의 값싼 인건비를 내세워 제품을 마구잡이로 생산했고 결국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며 국내 기업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잃었다.

다만 스판덱스를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할 수 있었던 효성은 예외였다. 효성은 중국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의 우위를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 생존을 넘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에도 효성은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해내고 있다. 지난해 효성은 매출 11조9291억 원, 영업이익 1조163억 원을 달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조 전 회장은 현재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러나 그의 기술경영 철학은 여전히 효성을 이끌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지난해 말 조 전 회장의 뒤를 이어받은 조현준 회장은 원천기술 확보를 최우선 경영 과제로 뒀던 부친 조 전 회장의 ‘기술경영’의 경영 이념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효성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석래 전 회장 프로필>>

△경남 함안 출생(1935년) △히비야고등학교 졸업(1948년) △와세다대학교 공학학사(1995년) △일리노이공과대학 대학원 화학공학 석사(1966년) △와세다대학교 공학 명예박사(2005년) △일리노이공과대학 공학 명예박사(2013년) △동양나이론 대표이사 사장(1970년) △동양폴리에스터 대표이사 사장(1973) △효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1975년) △효성물산 대표이사 사장(1976년) △효성중공업 회장(1981년) △효성그룹 회장(1982년) △효성 대표이사 회장(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31·32대 회장(2007년) △효성 대표이사(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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