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금산(金産)분리'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은 28일 "금산분리 문제는 지금처럼 꽉 막힌 방식으로는 어렵다"며 "차기 정부에서 다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탈색된 산업자본이 적합"
유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주인이 있어 독단적으로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것과 주인이 없어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 모두 문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다만 "규제를 완벽하게 푸는 것은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할 때 적절치 않고 어느 선에서 조합점을 찾을 지가 관건"이라며 "소유주체는 사모투자펀드(PEF)나 연기금 등 산업자본이 탈색된 형태가 괜찮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은 최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주인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된 비롯된 고육책이란 분석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과 제일은행 매각을 통해 뼈저린 아픔을 겪었던 만큼 금융권이 외국자본에 또 다시 매각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 은행법상 4%로 규정된 동일인 소유한도는 산업자본이 공공재의 성격이 큰 금융산업을 지배할 때 독과점 등의 폐해가 생길 것을 우려해 1982년 개정된 것이다.
당초에는 정부가 10%를 제시했으나 야당이 5%를 주장해 결국 8%로 결정됐다가 이후 1994년 다시 4%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유 회장은 "차기 정부에서는 정책당국, 학계,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협의체를 만들어 금산분리 뿐 아니라 전업주의 등 현행 금융시스템의 틀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산분리 아닌 은산(銀産)분리"
그러나, 금산분리 원칙 고수를 주장해 온 금융연구원의 입장은 확고하기만 하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기로에선 한국금융'이란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집단이)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부당지원 및 빼돌림으로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산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행의 소유제한 한도에 대해서도 "비은행에 대해서는 소유제한이 없다"며 "대기업 집단이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업자본이 소유한 금융회사의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생명보험사의 경우 1998년 41.9%에서 2006년 3월 5.9%까지 늘어났고 손해보험사도 45.2%에서 47.7%로 점유율이 높아진 실정이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도 "금산금리 방침은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은행의 소유를 제한한 은산(銀産)분리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그는 "현재 비은행에 대한 정부규제는 거의 없다"며 "규제가 없는 제2금융권에서 실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은 '은행의 민영화'라는 과제를 앞두고 차기정부에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5년을 고수해 온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차기정부가 어떤 방침을 표명할 지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