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혼하이도...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쉽지 않은 까닭은?

입력 2017-03-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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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 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SK하이닉스와 대만 혼하이정밀공업,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등이 유력한 인수처로 거론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닛케이비즈니스가 최신호(13일자)에서 보도했다.

도시바는 플래시 메모리 사업 전체 매각 가능성도 열어두고 이달 중 입찰을 시작할 예정이다. 매각은 연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각을 통해 1조 엔 규모의 매각익을 챙길 셈이다.

그동안 WD와 SK하이닉스 등 도시바의 경쟁사들이 유력한 인수처로 거론되어 오다가 최근 혼하이정밀공업도 가세했다. 지난 1일 궈타이밍 혼하이정밀공업 회장은 중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를)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를 손에 넣으면 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각국의 독점 금지법을 어떻게 넘어서느냐다. 이 가운데 혼하이가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기는 특히 어려워보인다. 업계에서는 “무리다”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전했다. 그 가장 큰 걸림돌은 혼하이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과 플래시 메모리 생산 거점인 욧카이치 공장을 도시바와 공동 운영하는 WD 때문이다. WD는 도시바와 설비 투자를 절반 씩 부담했을 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 기술 개발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WD 측 관계자는 “누구든 도시바에서 주식을 사려고 해도 우리를 무시하고는 이 공장을 콘트롤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WD에는 2015년에 중국 반도체 대기업이 출자를 검토했지만, 미국 규제 당국이 관여해 좌절된 바 있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혼하이는 중국 정부와 너무 친밀해 도시바가 혼하이에 매각하도록 WD가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WD가 도시바의 반도체 지분을 SK하이닉스에 순순히 내준다는 건 아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사실상 애증의 관계다. 한때 기술유출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였다. 2014년 7월 도시바가, SK하이닉스가 부정한 방법으로 자사 기술을 빼냈다면서 1100억 엔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그해 12월에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주장을 일부 인정, SK하이닉스는 도시바에 2억7800만 달러를 주고 합의했다. 영업비밀과 특허 등 지적재산권 둘러싼 일본 내 소송으로는 최고액이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 사건으로 현장에서는 불신이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WD 관계자는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은 결국 WD에 넘어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WD는 미국 샌디스크를 약 19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2016년 플래시 메모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는데, 샌디스크 인수로 출혈이 과다했다는 게 문제다. 1조 엔 이상의 도시바 플래시 메모리 사업 인수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또한 WD가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산하에 두게 되면 세계 최대인 한국 삼성전자에 육박한다. 그렇게 되면 반독점 당국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다는 평가다.

현재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내 플래시 메모리 사업 매각이 유력한 회생 수단이다. 그러나 인수처가 결정될 때까지 적지 않은 걸림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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