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장률 7%의 비밀

입력 2007-11-05 18:00 수정 2007-11-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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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나라 경제를 뒷받침해줄 주요 경제 지표들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하던 원유값이 100달러 대를 넘보고 있다. 환율은 910원대 아래로 떨어져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한계지점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

상반기 중에 그런대로 잘 굴러가던 국내 경기가 하반기 들어 불안하게 요동치려 하고 있다. 원유값 상승과 원자재 가격 앙등, 환율하락, 물가불안 등 국내외 요인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연말 경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경기 전망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점이 더욱 불안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은행이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5%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한국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부분의 민관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GNP)을 5.0 ~ 5.1%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소가 전망한 성장률 수치는 원유값이 배럴당 60달러선, 원화의 對달러 환율은 910 ~ 920원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 수치다. 그런데 유가는 현재 두바이유 기준으로 10월말 현재 배럴당 85달러 선으로 고공행진중이고 내년에는 1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환율도 불안하다. 지난 10월 26일 원-달러 환율이 909.90원(매매기준율 기준)으로 10년 1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보였다.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환율 900원선 붕괴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6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채산성 유지를 위해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최저선이 900 ~ 910원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2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환율은 900선을 이하로 하락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여기다 내년 국내 경기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잠재 요인은 연말로 다가온 대선이라는 정치 바람이다. 경제는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리대로 흐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려면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가야 한다. 그런데 자금의 우리 현실은 종종 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어가려는 무리함을 목격하곤 한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이 할 일은 정치논리로 경제문제를 다루려는 후진적인 태도와 인식을 이제는 과감히 떨쳐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이 경제성장률을 비교적 높게 잡고 있는 점이다. 5% 이하의 성장을 주장하는 후보는 없는 듯 하고, 7% 이상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가속화하고, 또 성장의 과실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과연 몇 %의 성장률이 필요한 걸까.

우리나라처럼 어느 정도 자본주의화를 이룬 중진자본주의 국가는 선진자본주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이 선행돼야 한다. 즉 1) 지난 2005년 이후 5% 안팎의 중도 성장에 이어 이제는 7%대의 고성장이 이뤄져야 하고, 2) 이 같은 고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국내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며, 3) 선진국에 진입할 때까지 향후 10년 정도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1)성장률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금 고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3.1%에 이어 2004년 4.0%, 2005년 5%, 2006년 5% 등으로 지난 4년 동안 3-5%대의 중도성장이 이뤄졌다. 올해는 4.9-5.0%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 성장률과 비교하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처한 국내외 상황과 지속적인 성장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4-5% 성장은 느린 성장이다. 지금 한창 발전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은 9-10%의 고도 성장을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4-5%의 중도성장에 머물고 있다면 조만간 이들 국가에 추월당하고, 세계시장에서 이들에게 쫓겨난다.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력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도 최소한 7% 이상의 고성장을 앞으로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가 7%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라는 우리 경제의 당면 목표가 바닷가 물거품처럼 소리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 지금과 같은 4-5% 정도의 성장률로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

2)의 투자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국내 정치 상황의 불안이 경제부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에 몸조심하고 있다. 이래서는 적정 수준의 경제발전이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3.4분기 시설투자 규모가 전분기 대비 줄어든 것을 우리는 매우 유념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런 투자 감소 분위기가 4.4.분기에도 이어지면 내년도 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투자 위축이 계속되면 실업사태가 만연돼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3)의 성장우선 정책도 마찬가지다. 충분하고 타당성 있는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분배를 위한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 분배 재원은 결국 성장에 의한 과실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내실 있는 분배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하고,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분간 성장정책이 분배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현 정권의 재정지출 성향을 보면 성장 과실을 초과하는 분배 성향을 보이고 있다.

성장 없는 분배는 우리 경제를 파멸로 이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집권 후 노동자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국가 재정을 있는 대로 다 퍼서 노동자에게 주었다. 첫 몇 년간은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엄청 좋았다. 갑자기 월급이 두배 세배 오르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정부가 없었다. 그러나 국가 재정이 바닥나자 국민들은 결국 그동안 누렸던 혜택의 수십배 이상을 장기간 고통받아야 했다. 페론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의한 분배우선 정책으로 아르헨티나는 지금도 국가 도산 위기에서 헤매고 있다. 성장 없는 분배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아르헨티나는 국가 자체를 실험해서 세계 여러나라에 보여주었다. 우리가 이런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우리 경제가 건실하게 발전하려면 성장 범위 내에서 분배를 실현하고, 또 선진국 진입 때까지 분배보다는 재투자 정책을 우선시하여 고성장을 실현해야 한다. 분배 우선 정책은 당장에는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그 정책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고,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인 가정이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쓰면 가계가 파산하는 거와 똑같은 이치다. 페론은 100만원 수입인 가정을 200만원, 300만원 쓰게 하다가 나라를 망치게 한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다. 나라를 망친 페론을 아르헨티나 대중들은 아직도 다수가 좋아한다고들 한다.

우리가 페론 같은 포퓰리스트를 나라 지도자로 선택해서는 안 되겠다. 그런 지도자는 심하게 말하자면 무식한 다수에게 인기를 얻어서 권력을 잡지만(유감스럽게도 페론은 투표가 아닌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다), 그의 인기영합주의적 정치와 정책은 결국 나라를 망치게 한다.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시민들은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페론 같은 후보가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 표를 통해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복지는 분배에서 출발하고, 분배는 성장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 몇 십년 동안 노동자 복지국가라고 그렇게 떠들고 선전했었다. 그러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복지는 커녕 인민에게 세끼 호구지책도 마련해주지 못해 결국은 이웃 나라들에 구걸해야 하는 구걸정권이 돼버렸다. 성장에 근거하지 않은 복지•분배정책이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지 다시 되새겨볼 일이다.

7% 성장은 분배와 복지를 실현해주는 성장의 기본틀이나 마찬가지다. 성장이 7%는 돼야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계층간ㆍ지역간ㆍ도농간 소득격차를 해소 또는 완화할 수 있는 재원과 정책 수단을 수월하게 제공해준다. 실업이 없는 세상도 성장률 7%를 이루어야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시민 절대다수에게 살 맛 나는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성장률이 7%는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웃 경쟁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겨나가려면 우리의 성장률은 7%는 돼야 한다. 바로 이것이 성장률 7%의 비밀이다.

이타임즈 최재완 편집인 [choijw47@e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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