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강보험회사 애트나가 경쟁사인 휴매나를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연방법원의 불허 판결로 인수가 좌절됐다. 이는 ‘오바마케어’로 일컬어지는 건강보험개혁법 폐지에 앞장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애트나는 2015년 7월 휴매나를 340억 달러(약 39조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7.2%를 차지하는 애트나는 업계 4위 기업이다. 애트나가 인수할 예정이었던 휴매나는 업계 2위로 시장 점유율 16.9%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버락 오바마의 핵심 정책인 오바마케어의 시행으로 업계 상황이 불리해지자 인수·합병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런데 연방법원이 양사의 합병으로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병을 저지해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애트나 측은 작년 8월 미국 정부가 휴매나 인수를 방해하면 오바마케어 서비스를 축소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합병 저지를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연방법원의 존 D. 베이트 판사는 양사의 합병이 공정한 경쟁을 위협한다고 판결했다. 애트나와 휴매나가 경쟁하면서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이득을 얻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경쟁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베이트 판사는 양사의 합병이 오바마케어 안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소비자는 물론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 보험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덧붙였다.
WSJ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연방 법원의 판결이 오바마케어의 근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힘을 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앞으로 100일간 추진할 과제로 오바마케어 폐지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오바마케어에 따른 규제를 줄이는 데 행정명령 1호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