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32. 박어우동

입력 2017-01-13 11:03 수정 2017-01-16 10:36

조선 성종 때 나라를 뒤흔든 스캔들…엄격한 유교 윤리의 희생자

박어우동(朴於宇同, ?~1480)은 오늘날 ‘자유부인’의 표상이다.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는 여성이다. 15세기 중반 양반인 아버지 박윤창과 어머니 정씨(鄭氏)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편은 효령대군의 손자인 태강수 이동이었다. 즉, 어우동은 양반 집안 출신으로, 왕실 종친을 남편으로 둔 지체 높은 여성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밖에서 불러온 젊은 은장이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어우동은 여종 차림으로 은장이에게 다가가 희롱했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어우동을 친정으로 내쫓았다. 이때부터 어우동은 여종의 도움으로 많은 남성들과 간통했다. 때론 첩이나 기생 또는 여종으로 행세하면서 남성들을 만났고, 종친에서부터 관료, 생원, 서리, 남자 종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성종실록’에 실린 어우동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어우동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속내를 들춰보면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남편이 기생 연경비를 사랑한 나머지 어우동을 제멋대로 내친 것이었다. 1476년 종부시가 국왕에게 “종친으로서 첩을 사랑하다가 아내 허물을 들추어 제멋대로 버렸습니다” 하고 고발했다. 남편은 이 일로 고신(품계 또는 관직 임명장)을 빼앗기고 어우동과 재결합하라는 왕명을 받았다. 하지만 3개월이 채 못 되어 남편은 고신을 돌려받았고, 4년 뒤인 1480년엔 어우동이 죄인이 되어 있었다.

어우동은 본인 스캔들이 국왕에게까지 알려지면서 음란한 여성으로 낙인찍혔다. 의금부는 어우동 사건이 터지자 성종에게 양반가의 여인이 간통죄를 저질렀으므로 장(杖) 100대를 친 뒤 2000리 먼 곳에 유배 보내야 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종친의 처이자 양반가의 딸이 기생처럼 행동했다는 데 대해 논란이 일었다. 거기에다 지체 높은 집안의 부인이 ‘종놈’과 간통했다는 사실을 양반들은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논의 끝에 성종은 후세의 본보기를 위해 사형을 선고했다. 성종은 양반 여성의 재혼을 막기 위해 재가한 여성의 아들 및 손자는 벼슬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든 왕이었다. 어우동을 극형에 처한 것도 여성에 대한 통제의 일환이었다. 1480년(성종11) 어우동은 목매달아 죽이는 형벌인 교형에 처해졌고 조선 왕실 족보인 ‘선원록’에서도 이름이 지워졌다.

어우동이 교형을 받은 뒤 어우동과 관련된 양반 남성들은 대부분 풀려나왔다. 천한 기생처럼 행동한 어우동 때문에 오히려 많은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결론이 났다. 출세하는 데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어우동이 중죄를 면하기 위해 고의로 죄 없는 많은 남성들을 끌어들였다는 기록도 있다.

역사 속 한 인물의 삶은 그 사회를 읽어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어우동은 한 시대가 추구한 이데올로기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유배형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형벌이 죽음까지 간 데에는 성종의 의지가 컸다. 이런 측면에서 어우동에 대한 재조명은 역사적 맥락 안에서 그녀의 생애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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