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0. 신여성에서 스님이 된 김일엽

입력 2016-12-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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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학 초기 남성과 어깨 나란히…목사 집안서 때어나 불교에 귀의

일엽 스님으로 알려진 김원주(1896-1971)는 평남 용강군에서 목사 아버지의 맏딸로 태어났다. 14세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별세하였고, 남동생도 생후 3일 만에 죽었다. 계모를 맞이한 아버지도 얼마 못 가 별세하였다. 살림살이는 어려웠으나, 형제들뿐만 아니라 계모와도 가족애가 두터웠다. 기독교 신자로 구세학교를 거쳐, 윤심덕과 같이 진남포 삼숭보통여학교에 다녔다.

상경 후 이화학당 재학 시 어느 재산가 청년과의 파혼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파혼 위자료로 많은 돈을 받았지만, 재물이 자신의 상처를 메우지 못함을 깨달았다. 그로 인해 “창자를 위로할 만한 음식과 한서를 피할 만한 옷만 있으면 그만이다”는 인생관을 일찍이 갖게 되었다.

이화학당 대학부 예과를 졸업하고, 동대문 부인병원에서 간호원 강습을 수료한 후, 일본에 다시 유학했다. 귀국 후 연희전문학교 교수와 결혼하였으며, 숭실전문학교 교수와도 1933년까지 약 2년간 생활한다. 그러나 승려 출신 재가신도인 그의 영향으로 일엽은 불교에 귀의하게 된다.

1907년에 쓴 ‘동생의 죽음’이란 시는 육당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보다 1년 먼저 나온 국문자유시란 점에서 여성문학사뿐만 아니라 국문학사에서 이채로운 존재로 주목되고 있다. 또한 일엽은 3·1운동 때 자기 집 지하실에서 전단을 등사·배포하였고, 이후 1920년 3월 한국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를 나혜석, 신줄리아와 함께 창간하여 최초의 여성 주간이 되었다. 이 잡지는 ‘조선’ ‘동아’ 등 민족지들보다 더 먼저 나온 것으로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화학당의 재정 후원에 힘입은 바가 컸다.

또한 이를 위해 매주 1회 청탑회(靑塔會)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상과 문학을 토론한 것도 의미 있다. 그로부터 시작하여 김원주 김명순 나혜석 등에게 당시 신여성이란 유행어가 생겨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자유연애·자유결혼·자유이혼이란 자신의 주장을 실천한 대표적 신여성이었다. 동시에 염상섭, 김억, 나혜석 등과 함께 순수 문예지 ‘폐허’ 동인으로, 1921년에는 ‘신민공론’ 편집 동인으로 활동했고 동아일보사 문예부 기자, 불교지 문화부장 등 직업적 문인으로 활약하였다.

작품 자체는 당시에 큰 평가를 받지 못하였으나, 한국근대문학 초기에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문학 활동에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수상록 ‘청춘을 불사르고’ 등을 발간했으며, 1971년 1월 입산한 지 43년 만인 76세에 입적하였다. 자유롭고도 열정적으로 사랑하기를 주장하던 그는 말 그대로 “청춘을 불사르고” 여성의 신문화 창조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기고 간 신여성이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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