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동산 결산] 너무 뜨거웠던 강남 재건축… 급하게 식힌 11·3 대책

입력 2016-12-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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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3.3㎡당 첫 4000만원대… 전매제한 강화로 투기 봉쇄 “악재 반영 못해 시장 후퇴” 지적도

올해 주택시장의 핵심은 단연 강남 재건축 아파트다. 연 초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았지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저금리 기조는 유동자금이 분양시장에 몰리도록 부추겼고,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에 올해 49만5197가구가 전국에 공급됐다. 전년(51만4982가구)보다 2만 가구 감소했지만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정부는 ‘11ㆍ3 대책’ 카드로 뒤늦게 과열된 청약시장을 잠재웠지만, 시장에 쌓여있는 악재를 반영하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주택시장 ‘재건축 아파트 전성시대’ = 올해 서울 주택시장의 결정적인 기폭제는 3월 분양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 주공2단지)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3760만원로 최고 4495만원까지 적용됐지만, 317가구 모집에 1만660명이 몰려 평균 33.6대 1, 최고 7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구에서 청약접수가 1만건 이상 몰린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후 강남권 분양 단지는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는 평균 경쟁률 306대1로 올해 청약경쟁률 상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청약 광풍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 값은 지난 10월 3.3㎡당 4012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4000만 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3635만 원보다 377만 원 높다. 강남권 분양단지의 고분양가 영향에 올해 서울 평균 분양가격도 3.3㎡당 2116만 원까지 올라섰다.

광풍은 부산에서 더 거셌다. 올해 가장 높은 평균경쟁률을 달성한 분양단지 10곳 중 △명륜자이 △마린시티자이 △대연자이 △시청역스마트W △거제센트럴자이 등 6곳이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의 평균 청약경쟁률(106.89대 1)은 서울 평균 경쟁률(24.42대 1)을 압도했다. 10월 말 기준 아파트 가격도 8.28%까지 오르며 전국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대구가 가격 급등의 피로감과 입주물량 누적에 집값이 내려앉은 것과 대조적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부산은 전매제한이 없어 환금성이 좋고 구도심의 정비사업 분양이 활발히 진행돼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모두 끌어 모았다”며 “제주 역시 제주영어교육도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전국 두 번째로 높은 69대 1의 경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청약 과열이 기존 아파트에 대한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정부는 강남 고분양가에 칼을 댔다. 3.3㎡당 평균 4457만 원으로 책정했던 ‘디에이치 아너힐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발(發) 브레이크에 최종 4137만 원으로 분양가를 낮췄다. ‘아크로리버뷰’,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등도 4200만 원대 수준으로 줄줄이 분양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 나온 정부의 8ㆍ25 가계부채 대책은 시장의 과열을 오히려 부추겼다. 주택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는 방침이 부각되면서 기존 아파트의 몸값만 더 키우는 역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김 팀장은 “8ㆍ25 가계부채 대책은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가 1257조 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상황에서 나왔지만, 사실상 부양책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결국 이전보다 더 강력한 ‘11ㆍ3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4구 등 분양 과열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 연장하거나 전면 봉쇄하는 내용이 골자다. 1순위 청약 강화, 2주택 소유자 청약 대상 제외, 재당첨 제한 등의 내용도 포함한다. 청약시장 진입 장벽에투기수요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게 시장이 평가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시장은 크게 후퇴했다. 2년 가까이 상승하거나 제자리를 지켰던 서울 아파트 값이 11월 말부터 100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주택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 압박, 정국 불안, 대출규제, 과잉공급 등의 악재로 불확실성이 예견됐던 만큼 정부가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겼어도 과열이 진정될 가능성이 충분했을 것”이라며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는 데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완급조절에 실패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 건설업계 내수는 ‘호황’, 해외사업은 ‘반토막’ = 올해 주택시장은 호황인 반면 해외사업은 고전의 연속이었다.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 저가 수주 프로젝트의 손실 대부분이 정리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해외수주가 건설사들의 애를 먹였다.

한 때 716억 달러까지 채워졌던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액은 18일 기준 243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해외 수주액이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중동지역의 수주는 94억 달러로 40% 뒷걸음질 쳤고, 아시아도 45% 떨어진 108억 달러에 그쳤다. 삼성물산이 47억2566만 달러(5조6094억 원)로 가장 많은 수주 기록을 냈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29억6111만 달러, 23억5752만 달러를 거뒀다. 포스코건설과 GS건설도 각각 19억1418만 달러, 15억3007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대우건설(6억6896만 달러)과 대림산업(6억827만 달러)은 10억 달러도 못 미친 성적표를 내놨다.

저유가 기조에 재정상황이 악화된 중동 국가들이 발주예산을 대거 축소한 게 악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던 이란 수주 잭팟에서는 신규 수주가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 잭팟으로 알려렸던 이란에서의 신규 수주 기대감은 낮출 필요가 있다”며 “산유국 감산 협의의 불확실성 확대 및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수적인 무역 정책 기조에 따라 현실적으로 사전입찰 및 본입찰에 들어간 69억 달러를 합리적인 발주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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