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중국 공장 철수하려다 직원들에 백기 든 사연

입력 2016-11-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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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소니 쇼룸에 있는 회사 로고. 출처=블룸버그
▲일본 도쿄 소니 쇼룸에 있는 회사 로고. 출처=블룸버그

일본 전자업체 소니의 중국 공장이 얼마 전 호된 곤욕을 치렀다. 4000명이 일하는 중국 광저우의 카메라 부품 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고 철수하려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 보상금으로 겨우 달래고도 여전히 공장 정상화에 애를 먹고 있다고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의 발단은 이달 7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일본 도쿄 본사가 보도자료를 냈는데, 내용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 시에 있는 자회사 소니전자화남을 선전에 있는 중국기업에 9500만 달러(약 1110억 원)에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소니전자화남은 스마트폰의 핵심인 카메라 부품을 생산해 미국 애플에 대량 공급하고 있다. 소니 공장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소니는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부득이하게 이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자료가 나오자마자 직원들 사이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사흘 뒤인 11월 10일에는 20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일자리 보장과 보상금을 요구하며 생산 라인에서 이탈했다. 공장 출입구는 봉쇄되고 제품 출하에도 차질이 생겼다. 급기야 15일에는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와 격하게 충돌, 부상자까지 발생해 시위 주동자 11명이 체포됐다.

연중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일어난 이 사태는 소니와 애플에 치명타가 될 것임이 뻔했다. 직원들도 그 점을 노리고 일자리 보장과 보상금을 요구하며 격하게 시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시위 주동자들이 잡혀갔어도 직원들은 일터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공장 식당이나 운동장을 배회했다.

신문은 경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인건비가 오르는 중국에서 사업 철수가 정해진 외국 기업들은 소니의 사례를 반면교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 철수가 정해지면 직원들이 시위와 파업으로 보상금을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한 26세 직원은 “파업에 참가하면 소니는 유명한 회사여서 고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소니 측에도 잘못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7일자 보도자료는 언뜻 보면 전형적인 구조조정 계획이지만 자세히 보면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중국 기업과 소니전자화남 공장 매각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적었는데, 보도자료에는 어째서인지 판매 시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협상은 확정되지 않더라도 대략 마무리 시기를 나타내는 것이 상식적이다. 앞서 소니가 10월 31일에 발표한 무라타제작소에 전지 사업을 매각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에도 2017년 4월초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신문은 언제 팔릴지도 모르는 공장에서 팔린다는 사실만 갑자기 전해들은 중국 공장 직원 입장에선 불안에 사로잡히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신문에 “여기에서 실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소니는 시위 사태 수습도 미숙했다. 도쿄 본사 측은 “직원 측과 대화를 계속한 결과, 경제적인 보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저우 공장을 매각한다고 해도 고용주가 중국 기업으로 바뀌는 것일뿐이고, 고용은 인계되기 때문에 중국 노동계약법 상 경제적 보상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니는 직원들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파업 이 장기화해 영향이 커지자 소니 측이 먼저 화해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소니는 일자리로 복귀하면 2주간 결근을 무단 결근이 아니라 근무한 것으로 쳐주고, 최대 1000위안(약 17만 원)을 모든 직원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1000위안은 젊은 직원들 월급의 절반에 해당한다. 직원들은 그제서야 현장으로 속속 복귀했다. 그럼에도 일부는 받을 돈을 받았기 때문에 공장을 그만 둔다는 입장이다.

소니는 이번 사태로 큰 손해를 봤다. 법적으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장기간 생산 라인이 멈춰섰던 만큼 설비 조정 작업에도 시간이 걸린다. 향후 복구 시간을 포함하면 소니 광저우 공장은 약 1개월간 생산을 중단하는 상태가 된다. 이에 공급을 우려한 애플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문은 중국에서 대규모 노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했다며 이런 사례가 되풀이되면 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중국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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