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욕설 난무’ 금감원 민원센터에 온 ‘한 통의 편지’

입력 2016-11-09 09:47 수정 2016-11-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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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민원센터 연경희 전문역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센터 연경희 전문역
금융감독원 민원센터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소비자들이 금융거래를 하면서 불이익을 당했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직면했을 때 ‘최후의 보루’로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돈’과 ‘감정’이 뒤엉키다 보니 고성은 물론 욕설이 오갈 때가 부지기수다.

살얼음판 같은 금감원 민원센터에 ‘감사의 편지글’이 최근 온라인 게시판에 접수돼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사는 박모 씨는 금감원 금융민원센터의 연경희<사진> 상담원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아파트 담보 대출(3억6000만 원)을 받아, 그 돈을 지인에게 빌려줬다. 지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을 빌려간 지인이 올해 2월부터 이자 상환을 미루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박 씨는 계약직 근무가 만료되고, 몸에 이상이 생겨 중환자실에 이송되는 일까지 겪었다. 박 씨가 병력 등을 이유로 생계가 막히는 어려움을 겪는 동안 지인은 이자 납부를 미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씨와 그의 아내는 신용불량자 처지가 됐다. 그리고 올해 7월 박 씨는 대출 담보로 잡았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대출을 해결하기로 했다.

박 씨는 “기한이익상실이라는 높은 고리에 이자부담이 가중된 데다 생각지도 않았던 중도 상환수수료가 문제였다”며 “급하게 집이 팔려 원금과 이자 그리고 기한이익상실이자 중도상환수수료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감마저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박 씨는 금감원에 도움을 청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부끄럽게도 내가 너무 억울하다고만 생각해 일 처리를 빨리 해 달라고 소리도 지르고 험한 말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연경희 상담사와 연결이 된 것이다. 은행에서 30년 남짓 근무한 연 상담사는 ‘원금을 갚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월세라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민원을 배정 받았을 때 다급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연 상담사는 해당 금융회사에 박 씨의 상황을 전했지만 수용 거부 문서를 받았다. 연 상담사는 “(수용거부 소식을 전하자) 박 씨는 체념한 듯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라며 민원을 취하하겠다고 했다”며 “배우자도 가출을 해서 죽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독백처럼 반복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태도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연 상담사는 고민 끝에 해당 금융회사의 상위 직급자에게 상황을 전하기로 했다. 연 상담사는 “민원인의 상태가 너무 절박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으니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연 상담사의 노력 끝에 해당 금융회사는 박 씨가 이미 낸 수수료에 상당하는 106만 원을 환급했다.

연 상담사는 “마지막 통화에서 ‘민원인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부끄럽지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뿌듯한 기운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연 상담사님 덕분에 용기 내어 다시 열심히 살 것”이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민원처리 전문인력 78명(5월 37명, 7월 41명)을 채용했다. 이후 민원처리 신속제도가 정착되면서 민원 처리 기간이 30일 단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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