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창업 벤처의 필수조건, IP(지식재산권) 전략

입력 2016-10-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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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이제 창업은 양에서 질로 전환돼야 한다.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 고품질 벤처 창업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치된 결론이다. 대한민국도 지난 4년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양적으로는 2000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제는 창업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질적 향상을 병행해야 할 때다. 전국의 창업 경진대회를 보면 아직도 벤처 창업의 핵심인 차별화된 역량이 부족하다. 남들을 따라 하는 것은 벤처 창업이 아니다. 벤처는 남들이 못 푼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와 분배하는 것이다. 필자가 기업가 정신을 ‘가치창출과 분배의 선순환 리더십’이라고 정의한 이유다.

창업 벤처가 각고의 노력 끝에 죽음의 계곡을 넘어 사업화를 이룩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경쟁자의 진입이 쉬우면 치열한 레드오션의 피나는 경쟁에 돌입해 어려운 승부를 해야 한다. 창업의 양대 요소는 ‘시장 기회의 발굴과 차별화된 역량의 구축’에 있다고 한 이유다.

그렇다면 차별화 역량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과거에는 기술이 차별화 역량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기술을 만드는 기술, 즉 메타 기술의 발달로 기술의 차별화는 이제 3개월 미만으로 축소되고 있다. 기술을 재산화하는 IP(지식재산)가 차별화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IP는 창업 단계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해 준다. IP는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방어벽으로 작동한다. IP가 없는 기술은 대기업에 사업 제안을 하는 순간 보호되지 못한다. IP는 국내 경쟁 기업의 진입을 일차로 저지할 수 있다. 그런데 IP의 결정적인 효과는 글로벌화 과정에서 부각된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글로벌화 과정의 IP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은 사례가 많아도 너무나 많다. 이제 기술 창업은 IP 창업이다.

창업은 시장과 기술의 결합이다. 시장의 경쟁력은 플랫폼 전략으로, 기술의 경쟁력은 IP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창업 벤처는 플랫폼과 IP 중 어느 것을 핵심 경쟁 차별화 요소로 삼을 것인가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술 창업의 경쟁력은 IP 전략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서 IP 전략의 중요성은 너무나 낮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창업 벤처는 IP 검색을 통한 핵심 역량 검증보다는 우선적으로 제품화에 자금과 사람을 투입하고 있다. 시제품을 완성한 창업 벤처들의 경우 절반 이상은 기존 IP에 저촉된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창업의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들의 최우선 순위는 IP 검색을 통한 선행 기술 검토다. 사실 승부는 시제품 조기 제작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3D프린터,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들이 시제품 제작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경쟁은 창조적 생각을 담은 IP에 있다. 선행 기술들이 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기술을 회피하거나, 획득하면 된다. 국내 연구소와 대기업들이 특허를 개방, 제공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즉 IP가 사업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내가 만든 IP가 아니라 하더라도 외부에서 확보할 수 있으면 차별화가 가능하다. 사업 모델이 그려지면 여기에 차별화를 더할 IP를 검색해 확보하는 것도 훌륭한 창업 전략이다.

단일 IP는 진입장벽으로 취약성이 있다. 한국은 특허 소송의 원고 승소 확률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핵심 특허를 중심으로 특허군을 형성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중요하다. 창업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개발과 마케팅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지속 가능한 IP 전략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 IP 인력은 개발 인력의 10% 미만인데,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개발을 넘어선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창업 벤처의 IP 전략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요구된다. 다양한 특허제도를 창업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특허 바우처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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