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그룹, 다시 날아오를까

입력 2007-09-06 16:15 수정 2007-09-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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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홍 수석부장판사)는 6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3년까지 매년 1200억원씩 사회 공헌 약속 이행과 6개월 이내에 전경련 등 다른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준법경영 주제 2시간 이상 강연, 6개월 이내에 국내 일간지와 경제전문 잡지에 각 1회 이상 준법 경영에 관한 기고를 사회봉사 명령으로 선고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정 회장은 구속된다.

정 회장은 2001년 이후 1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계열사로 편입될 회사 주식을 아들 의선씨 등에게 저가로 배정해 기아차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현대우주항공 연대보증책임을 면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유상증자에 참여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판결 직전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아 그룹 차원에서 매우 힘겨운 하루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자동차의 작년 무역흑자 규모(373억 달러)가 전체 무역흑자 규모인 166억 5천만 달러의 2배가 넘는 상황에서 이 가운데 현대ㆍ기아차가 80% 이상 담당하고 있는 점을 재판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예에서 보듯 재벌 총수의 구속은 그룹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쇠가 되기 때문. 뒤집어 보면 이것은 우리나라 수출 품목에서 자동차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판결 결과가 나오자마자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과 우리나라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 회장은 당장 산적한 해외 사업인 현대차 체코 공장, 중국 2공장, 인도2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 건설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석 중이던 지난 4월에도 기아차 슬로바키아 준공식과 현대차 터키 공장 증설식에도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왔다.

이제 굴레를 털어버리게 된 정 회장은 오는 11일 전남 여수시에서 명예 여수시민증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에 매진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박람회 명예유치위원장 자격으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과 여수에서 열리는 '여수박람회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BIE(세계박람회 기구) 대표들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을 전개한다.

▲현대ㆍ기아차 이미지 개선될까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5월에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1조원대에 이르는 사회공헌 기금조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우선 마련한 600억원의 현금으로 9월말까지 사회공헌 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11월말까지 구체적인 장,단기 사업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현대차 그룹의 앞날을 보장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국내에서는 시장 독과점에 따른 반발 여론이 많고,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급부상하는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떨쳐낼 방안이 당장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그룹 내부간 부당 거래는 대기업의 도덕성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부정적인 시선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차 그룹 산하 5개사는 수년간 부당한 방법으로 거래 물량을 계열사들에게 몰아주고 가격을 통상적인 업계의 수준보다 높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들을 지원해왔다. 그 방법 중에는 MIP(Made in Plant, 자동차 생산공장 간에 부품을 운송하는 업무. 그 외 부품의 하역, 보관, 재고관리, 납입 등)이나 T/P(Transporter, 생산된 완성차를 생산공장에서 수출항이나 국내출고센터까지 수송하는 업무, 배달탁송(국내 출고센터에서 차량구매고객까지 배달하는 업무), 장비임대(현대자동차 등이 필요로 하는 지게차나 견인차를 글로비스가 임대하는 업무) 등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기 힘든 업무들이 많다.

또한 PDI(Pre-delivery Inspection, 완성차에 대해 고객에게 차량인도전에 외관 및 내부에 대해 실시하는 품질검사업무)나 A/S부품운송(부품을 현대모비스의 전국 물류센터에서 단위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는 부품사업소 및 센터, 정비사업소, 영업소 등으로 운송하는 업무) 등도 현대차 그룹은 계열사에 몰아주기를 해왔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를 모두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현대차 그룹은 이번 판결 내용 외에도 현대모비스에 집중된 순정부품의 가격 인상과 관련해 경정비업 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수출용 차에 비해 높은 내수용 차 가격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는 오는 연말에 출시할 뒷바퀴굴림 고급 세단인 BH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린다는 전략인데, 여기서도 가격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BH는 4천~5천만원대 정도의 가격표를 달고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가격대는 최근 인기 있는 수입차가 몰려있어 승부를 예측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가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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