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유연근무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

입력 2016-08-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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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최근 일본의 도요타는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일본의 3대 은행도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니레버재팬은 직원 스스로 근무 장소와 업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심각해진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택근무 혁명’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재택ㆍ원격근로를 비롯해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는 시차출퇴근제가 확산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개인 차원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기업 차원에서는 직장만족도와 업무효율을 높여 생산성과 혁신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여성고용률이 높아지면 출산율과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국가 차원에서도 저출산·저성장을 극복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유연근무제가 아직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22%, 재택근무는 3%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기업문화가 산업화 시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대면보고와 회의, 상시적인 야근과 잦은 회식이 그 예다.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가 수시로 내려오고, 근로자들은 근무시간 중에 개인적 통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을 쓴다. 이처럼 근무시간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고 집단의 획일성을 강조하며,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문화가 지속하는 한 유연근무제는 자리 잡기 어렵다. 유연근무제는 성과 중심의 근무행태, 개인의 자발성과 책임성, 구성원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근로자들 스스로 직장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경영진도 인적자원 관리에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기업 경쟁력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도 시간선택제 지원, 맞춤형 보육서비스 도입, 초등 돌봄교실 확대 등을 통해 일ㆍ가정 양립에 노력해왔다. 앞으로는 재택·원격근무제도의 적용 방안 등을 담은 매뉴얼을 보급하고, 중소기업에 IT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가정 양립 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민관 합동 캠페인도 벌여 나갈 예정이다.

일본의 재택근무 활용 비율은 2014년 기준 11.5%에 달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르는 데 15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의 선도 기업들도 수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조직문화로 정착시켜왔다. 오랜 기간 형성된 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도 분명하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근로자를 유별나다고, 이를 허용한 관리자를 대단하다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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