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동물사회에서 배우는 교훈

입력 2016-08-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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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일하는 노인들이 흔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60세 이상 취업률이 청년 취업률을 넘어섰을 만큼 이제 노년의 경제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은퇴 아닌 반퇴(半退)시대’라고 할까!

하지만 예전에는 은퇴 후에 일하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에서 “그동안 무얼 했길래” 혹은 “자식들은 뭐 하길래”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다. 부모를 일터로 내모는 ‘불효자’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에 자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며 일하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일하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힘 닿는 데까지 오래 일하는 게 건강도 지키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최고의 비결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령자 일자리의 대부분은 청소나 경비 등 단순노무 직종이다. 한마디로 일하고 싶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는 현실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만 할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자문·교육 등 고령층의 연륜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뒷방 늙은이’ 식으로 치부해버리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에서 관객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 명대사다. 사실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 사회에는 나이 드는 것을 벌이나 쓸모 없는 존재가 되는 것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는 흔히 늙은 동물은 집단에서 배제되고 차별 당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이라는 책을 보면 평균 수명이 60~70년에 달하는 장수 동물인 코끼리의 무리에서 늙은 코끼리는 지혜를 전하는 원로이다. 가뭄이 닥치면 늙은 코끼리는 수십 년 전에 갔던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고 가서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인간이 코끼리를 사냥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무리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가르침을 준다. 그렇게 늙은 코끼리는 무리의 목숨을 구한다. 범고래 무리에서도 늙은 암컷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쉴 수 있는 장소, 연어가 다니는 길로 무리를 안내하는 등 평생 얻은 지식을 전수해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동물의 사회에서 늙은 동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거꾸로 늙은 동물의 경험과 지혜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무리는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동물들에 대한 오랜 관찰과 연구를 토대로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것은 노인의 참여가 철저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라고 꼬집는다.

“노인 1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노인들은 사회에 꼭 필요한 경험과 연륜, 내공을 삶의 나이테에 간직한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늙은 동물의 경험과 지혜를 잘 활용하는 무리가 발전하는 것처럼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은 앞서간 이들의 경륜과 경험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는 사회다.

고령층은 젊은이들의 미래다. 당연한 말이지만 젊은이들은 노인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헬(hell) 조선’으로 부른다. 노인이 거추장스럽고 짐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미래에 희망을 가질 리 없다. 이것이 바로 늙은 동물들의 곰삭은 지혜를 활용할 줄 아는 동물사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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