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혜교는 패소, 수지는 승소… 같은 피해, 다른 판결 왜?

입력 2016-08-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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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퍼블리시티권’ 분쟁

‘송혜교 귀고리’ 팔며 얼굴·이름 도용한 사업자 위자료 100만원 그쳐

‘수지 모자’ 판매한 인터넷 쇼핑몰은 초상권 침해로 1000만원 배상

판례·명문화된 규정 없어 유명인 초상성명 손배소 결과 ‘들쑥날쑥’

미국은 1950년에 이미 판결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다. 유명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초상을 무단도용 당했을 경우 인격권 침해가 아닌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낼 수 있으므로, 실제 손해액에 따라 거액의 배상금이 지급될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보호막이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사례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은 1995년에 나왔다. 이후 연예인 정은란(예명 민효린) 씨가 광고 문구에 자신의 이름을 무단 사용한 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 권리를 인정받았고, 가수 백지영 씨도 사진을 허락없이 광고에 쓴 또다른 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내 승소했다. 특히 백 씨 사건에서 재판부는 백 씨가 실제 다른 광고에서 받았던 액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해 2000만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쓰에이' 멤버로 활동 중인 가수 배수지(예명 수지) 씨가 '수지 모자'를 판매한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소송을 내 2심에서 1000만 원을 배상받았다. 배 씨는 당초 5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재판부의 화해 권고 결정에 따라 일부만 배상받았다. 이 사례도 퍼블리시티권을 사실상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앞서 본 배우 송혜교 씨 사건처럼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여럿 있다. 우리 민법 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지 않은 재산권을 판결로 임의로 만들 수는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에 재산적 가치가 부여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논리에 치우친 판결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근거로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처럼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일본도 2012년 최고재판소가 판결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

우리 대법원은 아직까지 명확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은 청구액수가 작은 소액소송은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건은 거액이 걸린 경우가 드물어 제대로 된 대법원 판결을 받을 여지가 줄어든다. 만일 대법원이 이 권리를 인정할지에 관해 선례를 남긴다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함께 심리해 결론을 내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최승재 변호사는 "법원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허락을 받지 않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의 초상을 써도 불법 침해가 아닌 것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이를 기초로 한 산업이 있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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