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증권사…저성과자·부실지점 ‘퇴출 도구’로 쓰일라

입력 2016-08-16 10:2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 허용 법안 발의…아웃도어세일스 부서 확대 악용 우려

은행과 증권사의 방문판매를 현실화하는 법안이 업계 구조조정의 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으로 중소형 증권사가 생존 경쟁에 놓인 상황에서 직원들 역시 영업 최전선에 내몰릴 전망이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은행과 증권사의 방문판매를 현실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방문판매법(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됐던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 규정을 자본시장법으로 옮겨 투자자의 상품 철회 권한을 없애는 것이 골자다. 같은 정무위 소속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방문판매법상 철회 가능 상품에서 금융투자상품을 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한 차례 발의된 적 있다. 하지만 상품 불완전 판매 가능성과 법 소관 위원회간 의견 충돌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날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여야간 논쟁이 있었던 사항을 이번 법안에서 충분히 보완한 만큼 20대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방문판매법상 은행과 증권사는 금융투자상품을 지점 밖에서 판매할 수 있다. 이 법에서는 고객이 14일 이내 상품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의 철회를 금지해 증권업계에서는 방문판매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단기간 투자상품에서 손실이 났을 때 청약 철회 요구로 금융회사가 져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 ODS부 확대 개편, 저성과자 내몰릴수도 = 법안이 통과되면 증권업계에서도 고객의 상품 철회 부담 없이 방문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이에 지점을 여러 곳 운영하는 대신 본사나 대형 지점 내 아웃도어세일스(ODS) 부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증권사의 구조가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저성과자나 회사 측과 대립 관계에 있는 노조 직원 등이 ODS 부서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때도 일부 증권사에서는 구조조정 일환으로 ODS 부서를 악용해 문제가 됐다. 당시 H증권사는 명예퇴직 불복자와 노조 간부 등을 대거 ODS 부서로 발령 내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말 대형 증권사와 합병한 W증권사도 합병 과정에서 ODS 부서를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당시 W증권사는 희망퇴직 마감일 하루를 앞두고 돌연 ODS 부서를 신설해 직원 60여명을 인사발령 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ODS 부서가 확대 개편되면 사실상 회사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해결사 부서’가 될 소지가 있다”며 “규모가 작은 지점의 통폐합 작업도 빨라지면서 업계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체중을 줄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2011년 말 4만4000명에 달했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3만6000명으로 줄었다. 5년 새 1만명 가까운 인원이 증발한 것이다. 특히 이 1만명 중 절반 이상은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 50여곳에서 빠져나간 인원이었다.

같은 기간 1905개에 달하던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 개수도 1187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정부가 초대형 IB 육성책을 통해 ‘잘나가는 곳을 더 밀어주는’ 상황에서 중소형사의 구조조정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기자본을 4조원, 8조원으로 확대할 때마다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하고 비상장 주식 매매·중개 등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중소형사는 자기자본 규모 차이로 IB 영업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산관리(WM)나 브로커리지(중개) 부문에서도 대형사와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중소형 증권사 임원은 “중소기업 특화 IB로 지정된 6개 업체는 그나마 형편이 낫겠지만 나머지 40여곳 증권사들은 천천히 고사하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기분”이라며 “생존을 위해 중소형 증권사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업계는 활기를 띨 수 있지만 직원들은 영업 최전선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뺑소니까지 추가된 김호중 '논란 목록'…팬들은 과잉보호 [해시태그]
  •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숨이 ‘턱’…신용점수 900점도 돈 빌리기 어렵다 [바늘구멍 대출문]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단독 대우건설, 캄보디아 물류 1위 기업과 부동산 개발사업 MOU 맺는다
  • 하이브 "민희진, 투자자 만난 적 없는 것처럼 국민 속여…'어도어 측' 표현 쓰지 말길"
  • 어린이ㆍ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KC 인증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
  • 단독 위기의 태광그룹, 강정석 변호사 등 검찰‧경찰 출신 줄 영입
  • 막말·갑질보다 더 싫은 최악의 사수는 [데이터클립]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302,000
    • -0.62%
    • 이더리움
    • 4,085,000
    • -1.85%
    • 비트코인 캐시
    • 619,000
    • -1.28%
    • 리플
    • 721
    • +0.42%
    • 솔라나
    • 218,500
    • +1.82%
    • 에이다
    • 632
    • +0.96%
    • 이오스
    • 1,114
    • +0.91%
    • 트론
    • 176
    • +0%
    • 스텔라루멘
    • 148
    • +0.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500
    • -0.75%
    • 체인링크
    • 19,150
    • +0.42%
    • 샌드박스
    • 597
    • -1.3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