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참사는 천재(天災)?

입력 2007-08-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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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는 아무도 없어

13일 발생한 청량리역 오거 장비 전도로 인한 사망 사고가 '천재(天災)'로 돌변할 판국에 놓였다. 법상 책임을 질 주체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건은 자칫했으면 대형 참사로도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는 점에서 책임관계가 불확실한 경우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피해자가 공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시민이었다는 점에서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유사하다.

13일 오후 5시 40분 경 청량리역 인근 한화민자역사 현장의 오거장비(암반이 아닌 일반 토사에서 H-파일을 지반에 심기위해 구멍을 뚫는 장비의 일종)가 강판 궤도를 탈선하면서 이번 사고는 시작됐다. 추락한 오거장비가 국철 청량리역사의 지붕으로 떨어졌고 이에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두명이 무너진 지붕에 깔려 사망했다.

이 사고에서 사망자가 두 명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말그대로 천우신조. 만일 열차 대기 승객이 많았다면 이 사고는 사상자만 수십명에 이를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사고를 일으킨 오거장비는 (주)한화민자역사가 발주한 민자역사 건설현장에서 벌어졌다.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업체는 한화건설과 롯데건설로 두 회사는 각각 50대50의 지분으로 시공 중이다. 문제의 오거장비는 E기초건설사의 소유로 이 회사는 이들 건설사로부터 하도급을 받고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자인 한화건설은 사고당일부터 현재까지 유족에 대한 보상문제를 비롯한 사고 뒷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사고 당사자인 오거장비 기사 등 2명이 아직 행방을 감추고 있어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화건설 측의 대응은 매우 빠르다. 하지만 이 같은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는 단지 '뒷 수습'에 불과하다. 자칫했으면 대형참사가 벌어질 뻔한 이번 사고의 책임자가 없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아직 경찰의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이번 사고는 한화건설의 하도급업체의 운전부실 등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실제로 오거장비가 추락한 것은 시공자인 한화건설과 롯데건설의 부실시공 탓이 아닌 만큼 이들 업체에겐 관리부실 외엔 이렇다할 책임 소재가 없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과 산업안전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했을 시 해당 책임 시공업체는 최대 8개월의 영업정지나 최고 3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오거 장비가 궤도를 이탈해 벌어진 사고인 만큼 관리상의 문제일 뿐 부실시공이 아니다. 이같은 점에서 청량리역 사고는 지난 4월 소록도에서 벌어진 연도교 사건과는 다르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소록도 연도교 붕괴사건은 당시 시공 책임자인 현대건설의 부실시공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청량리역 사고는 부실시공이 아닌 관리 상의 문제인 만큼 한화와 롯데, 두 건설업체의 책임은 없다. 또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격인 E기초건설 측도 부실과는 관계가 먼 만큼 이 업체 역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전철 승강장에서 승객이 사고를 당했고, 사고이유가 민자역사 건립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책임소재가 있을 듯한 한국철도공사도 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고를 일으킨 역사 사업은 민자역사 사업이라 철도공사와는 관계가 없으며 이 경우 승강장 지붕을 튼튼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은 논쟁 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고 당사자인 한화건설, 롯데건설, E기초건설, 철도공사가 모두 책임이 없는 만큼 이번 사고는 단순한 불행에 그칠 전망이다. 마치 졸음운전이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사건과 유사한 수준이 되게 될 판국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책임소재는 명확히 따지기 어렵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한 관리상의 책임으로 결정내고 사고 당사자인 오거장비 기사 등만 처리할 경우 안전불감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대형 집객시설인 역사가 근처에 있어 유사시 대형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불감증은 부실시공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거장비가 추락한 이 사고는 발생 빈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그 경우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공사 당사자나 철도공사 모두 잊고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안전불감증으로 일어난 사고인 만큼 모든 사고 관계자가 도의적 책임을 갖고 재발방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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