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정규직’, 해외서도 조용한 입소문...청년 실업자 사이 공감대

입력 2016-08-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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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의 고충과 젊은 직장인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담은 모바일 게임 ‘내 꿈은 정규직’이 해외에까지 입소문이 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모바일 게임 프로그래머 이진포 씨가 만든 모바일 게임 ‘내 꿈은 정규직’이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 게임은 개발자 이 씨가 지난 3년간 세 번의 해고를 당한 후의 불만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게임 방식은 아주 지루한 일들을 끝없이 소화하면서 해고될 것 같은 행동을 피하고 이름도 없는 회사에서 승진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경제 성장 침체로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의 수준에 이른 한국에서 ‘내 꿈은 정규직’은 많은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젊은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무직으로, 이 비율은 전국 평균의 3배다. 비록 일자리를 얻더라도 계약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호 장치도 거의 없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정규직이 되고자 씨름하는 젊은 인턴의 이야기(미생)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내 꿈은 정규직’은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이나 막 취업한 젊은 층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조선회사에 근무한다는 손민중 씨는 수치심이나 실수, 기쁨이 반복되고 해고되는 내용임에도 이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해 최근 몇주 동안 약 20시간을 플레이했다고 한다. 그는 비록 바보처럼 쉽게 해고되더라도 게임을 통해 승진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이 게임은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승진을 앞당기기 위한 아이템 등은 게임 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 게임은 면접으로 시작, 몇 차례 낙방한 주인공이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도 한다. 면접을 통과해 취업하면 아무런 특색도 없는 사무실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상사의 환심을 사 승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각 매니저의 책상을 오가며 딸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라거나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경험치를 쌓는다.

이같은 게임 내용은 제작자 자신의 경험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개발자 이 씨는 수업료를 내지 못해 대학을 중퇴한 뒤 모바일 게임 개발회사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몇 달 후 회사가 부도 지경에 처하면서 해고된다. 다음 회사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고, 세 번째로 해고된 뒤에는 자신의 아파트에 틀어박혀 그간의 불만을 모바일 게임 개발로 풀었다. 이 씨와 그의 유일한 직원인 여자친구는 매일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 했고, 3개월간은 1인당 2.5달러짜리 편의점 음식으로 버텨야 했다.

이같은 어려움을 딛고 탄생한 게 ‘내 꿈은 정규직’이다. 이 게임은 작년 3월 한국에서 출시, 인기를 끌면서 다운로드 횟수 100만을 넘었다. 이 씨는 이후 자원봉사를 통해 이 게임을 12개국어로 번역해 다운로드 횟수는 수백만 건이 더 늘었다.

이 씨는 ‘내 꿈은 정규직’을 통해 넓은 아파트로 이사할 정도의 수입을 올리진 못했지만 매일 통장 잔고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 게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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