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금메달과 땀 색깔, 그리고 리마

입력 2016-08-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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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금메달입니다. 금메달! 금메달!” 목이 터지라고 외친다. “안타깝네요.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목소리가 힘없이 가라앉는다. 금메달 획득과 메달 실패에 대한 TV 캐스터 반응은 하늘과 땅이다. 6일(한국시간) 막이 오른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열전은 22일까지 펼쳐진다.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시시각각 전달된다. 물론 패전과 패자의 소식도 전해진다. 우리 선수들의 승패에 대한 미디어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메달 색깔에 따른 미디어와 사람들의 양극단 반응 속에 광고 문구 하나가 다가온다. “땀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도전은 성적을 매길 수 없습니다!”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단에 대한 한 기업의 격려 광고다.

과연 그럴까. 메달 색깔에 따라 급변하는 TV 캐스터 목소리 앞에서 이 광고는 설 자리를 잃는다. 캐스터뿐일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자 사람들이 외면했다. 최선을 다해 동메달을 땄는데도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니 그때서야 달려와 축하해줬다. 모든 선수가 땀을 흘리며 정말 열심히 하는데 2, 3위 선수는 외면당한다.” 유도 국가대표로 두 번의 올림픽에 참가한 최민호의 말이다.

올림픽뿐이랴. 우리 사회는 한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1등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땀에는 색깔이 없다’ ‘도전은 성적을 매길 수 없다’ 같은 표현들은 어쩌면 의미를 잃어버린 수식을 위한 수식어에 불과한지 모른다. ‘아름다운 패자’ ‘의미 있는 패배’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 같은 수식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결과만 좋으면 모두 것이 좋다는 결과 우선주의가 뿌리내린 우리 사회의 어설픈 자기 위로이자 영혼 없는 수사일 뿐이다.

금수저를 물고 나온 우리 사회의 승자(?) 앞에 수많은 젊은이의 땀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서 1등으로 평가받는 권력과 자본을 가진 부모의 자식들 앞에 흙수저의 도전은 설 자리를 잃고 취업, 결혼, 출산, 인간관계, 꿈 등 포기의 숫자를 늘려 나갈 뿐이다.

전 세계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기뻐하기는커녕 낙담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 ‘4등’에서 수영선수인 아들이 코치에게 폭행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적이 오른 것을 좋아하며 “나는 아들이 매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라고 말하는 어머니들을 양산한다. 부정한 방법과 수단을 써서라도 1등을 차지해 승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쏟아 낸다.

“땀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도전은 성적을 매길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려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1등 지상주의와 승자 독식의 폐해가 사라져야 한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결과 우선주의가 없어져야 한다.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 시선을 집중시킨 마지막 성화 주자, 반데를레이 리마(47).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 출전해 37㎞까지 단독 선두로 달려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 확실했다. 하지만 한 관중이 주로에 뛰어들어 리마를 밀쳤고 그는 페이스를 잃어 동메달에 그쳤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나는 최선을 다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나의 도전에 만족한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리마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평가해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리우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자. 그것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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