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농협법 개정과 농축산업계의 의식 개혁

입력 2016-07-26 11:17 수정 2016-07-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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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정부가 입법예고한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2000년 농협과 축협의 합병 과정에서 만들어진 ‘특례조항(축협조합장이 축산대표 직접 선출)’을 개정안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는 특례조항 유지와 축산경제지주 설립을 요구하며 시위와 서명운동으로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사탕을 뺏기지 않겠다며 떼 쓰는 듯 보인다.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세계경제 불안과 보호무역 강화로 18개월째 수출이 감소했고,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소비 위축과 일자리 감소,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일시적 경제 위기가 아닌,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업종 간 벽이 무너지고, 시장 변화에 뒤처진 기업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도태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냉엄한데, 16년 전 시각으로 특례조항 유지와 축산경제지주 설립 운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농축산업계는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대의원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제’로 바꾸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은 조합원 직선제를 원하는데, 호선제로 바꾸는 것이 관치를 강화할 목적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농축산업계가 관치를 배제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간의 농협중앙회장 비리를 되짚어 보면 지배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 역대 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구속됐고, 현 김병원 회장도 불법 선거 운동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정선거와 줄타기, 막대한 선거 비용이 드는 직선제와 간선제는 더 이상 유지해야 할 명분을 잃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서 중앙회장의 권한을 사업부문 대표에게 위임ㆍ전결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다 보니,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 이제 농협중앙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진정한 농축산업계의 대변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농협법 개정의 배경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시장 경쟁력 제고와 투명 경영에 있다. 총자산 430조 원, 조합원 230만 명, 임직원 2만여 명, 자회사 27개의 ‘거대 농협’이지만 외형만큼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4년 전 출범한 농협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와 비교해 수익성, 건전성 등 경영지표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 농협은행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해운사 여신이 7조6000억 원에 달하고, 1분기에만 4조 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지주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하나로유통, 남해화학, 공영홈쇼핑 등 유통·제조 분야 17개 자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이 고작 900억 원에 불과했다. 대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이었다면 오래전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농협의 낙후된 경영시스템으로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그동안 전통산업에 대한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농축산업계의 화학적 통합도 이뤄져야 한다. 통합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농축산업계가 얼마나 변화에 둔감하고 폐쇄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제 농축산업계가 변해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을 돌아보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부와 농축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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