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입력 2016-07-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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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의 시각으로 본 대한민국

“어머니가 룩셈부르크 출신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룩셈부르크와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겪은 한국은 내게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왔다.” 경희대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21세기북스)는 우리 자신과 교육 그리고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더욱이 사드 배치 문제로 다시 홍역을 치러야 할 시점에 읽은 책이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1940년 5월, 독일이 룩셈부르크를 강제 병합한 직후, 독일군 장교 몇 명이 외할아버지의 집에 묵으면서 매일 밤 식사를 한다. 그 자리에서 술기운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할아버지는 독일이 패전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독일은 룩셈부르크인들에게 나치당에 가입해 나치 활동에 가담하라고 명령하지만 이를 거부한 몇 되지 않은 사람 가운데 그의 외할아버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땅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미국 사회에 섞이지 못했던 유대인 출신의 아버지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늘 숨죽여 살아야만 했던 룩셈부르크 출신의 외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 역시 언제나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고통을 받아왔다. 이렇게 비슷한 아픔을 겪은 부모님의 피가 흐르는 내게 한국은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온 나라였다.”

미국 테네시 내쉬빌 출신으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있는 저자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란 책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다. 동양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일본과 대만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인문학 교수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 한국에 살면서 겪은 한국 사회와 교육 문제를 찬찬히 풀어 설명하고 있다.

원래부터 우리 속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은 독특한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의 시각에는 우리가 도무지 볼 수 없는 것들이 들어 있게 마련이다. 책을 진지하게 읽었다면 맨 처음 그가 유년·청소년기에 받았던 교육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 교육에서 평생 동안 얼마나 큰 힘이 나오는가를 생각하면, 우리 교육이 입시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잊기 쉬운 것 한 가지를 당부한다. “교육은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교육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지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교육 자체가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가 되어선 안 된다.” 저자의 뼈아픈 지적처럼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 교육 자체가 문제가 되어 있다.

그가 자녀 교육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한 인간에게 주변 사물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여러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질 수 있다. 맹목적인 독서에 대해서도 그는 조언을 아까지 않는다. 독서는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로부터 하여금 스스로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게 하는 멋진 방법은 동등하게 이루어지는 토론이다.

그는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금 한국 대학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지나칠 정도로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학의 외형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먹기만 하는 학생들의 경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외부인의 시각으로 생각하게 하고 대안을 찾도록 돕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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