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계정 분류도 못한 상장사들

입력 2016-07-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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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인식금융자산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주류 제조업을 하는 유가증권 상장사 A사는 2013년까지 주가연계증권(ELS)을 사업보고서상 매도가능 증권으로만 분류했다. 지난해 공시한 2014년 사업보고서에서야 손실 가능성 부문을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분리했다. 한 회계사의 말을 빌리면 ‘충분히 가능한 실수지만 매우 초보적이고 유치한 실수’다.

매도가능 증권은 1년 이내 단기에 매각할 목적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면 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둔 증권이다.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손익계산서에는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지정할 경우 결산할 때마다 공정가치를 따져 평가금액을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한다. ELS를 어떤 계정으로 분리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상 손실 반영 규모가 크게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A사는 ELS 계정을 제대로 분류한 후 2014년 사업연도에만 514억 원의 손실을 당기손익에 반영했다. 해당 연도의 순이익은 829억 원이었다. 중국 증시 급락으로 ‘ELS 대란’이 벌어졌던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288억 원으로 급락했다. 승승장구하던 주가도 ELS 손실이 대거 반영되면서 고꾸라졌다.

이런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9년 또 다른 유가증권 상장사 B사도 ELS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면서 갑작스레 손실을 냈고 일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상장기업의 ELS 회계 처리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회계법인들은 그제야 ELS 등 파생상품 계정 처리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2003년 ELS가 처음 발행된 이후 평가손익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고 반영하는지에 대해 감독 당국이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며 “2009년 한 차례 논란이 되고 나서야 빅4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제대로 계정분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ELS 판매 이후부터 발행자와 투자자 모두 ELS의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하도록 서면 회신을 통해 일관된 입장을 전달했다”고 반박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회계 지식에 어두운 일반 제조업체나 감사 경력이 짧은 중소 회계법인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현재 ELS 관련 통계에서 기관·리테일·기업에 판매된 비중은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위험자산을 기초로 한 ELS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4년 말 증시 상승 국면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ELS 영업을 강화했다”며 “홍콩 H지수를 비롯해 최근 브렉시트로 위기론이 대두된 유로스탁스50 지수를 기초로 한 ELS를 가진 기업에서 급작스러운 적자전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KIKO)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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