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우리는 언제부터 술을 빚어 마셨을까?

입력 2016-06-09 10:44 수정 2016-06-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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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자연의 꿀에 물이 들어가 주변의 효모가 살기 좋은 당도가 되고 온도가 맞으면 벌꿀술이 된다. 포도나 야자 등의 과일도 효모가 살기 좋은 당도를 유지하고 있어 쉽게 술이 될 수 있다. 보리 등의 곡물은 술이 되는 과정이 조금은 복잡하지만 곡물이 적당한 습기를 받아 발아하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술이 될 수 있다. 원시적인 형태의 벌꿀술, 포도주 등의 과일주, 맥주 등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고, 우리의 조상들은 이것을 우연히 먹게 되었을 것이다.

술은 맛이 있고 향기가 좋고 또 마시면 기분까지 좋아져 계속 찾게 되었을 것이다. 술의 유혹이 강렬하였지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술은 계절과 지역적으로 한계가 있고, 양이 아주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오랜 조상들은 술을 직접 만드는 법을 찾게 되고,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어떤 학자는 식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술을 얻기 위해서 인류가 농사를 짓고 정책생활을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이 마셨던 술의 흔적은 오래된 토기나 도자기의 파편에 남아 있다. 알코올 성분은 다 날아갔지만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독특한 다른 성분이 토기 등의 점토 사이에 수천 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성분을 찾아내는 것을 생분자 고고학이라 한다.

이란의 서부 유적지에서 나온 5000년 전의 토기 파편에 붉은색의 흔적이 있고, 이 흔적을 분석한 결과 유럽의 포도품종에 많이 있는 타타르산과 고대에 와인 보존제로 쓰였던 송진 성분이 검출되었다. 이 토기에 와인이 담겨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중국 북부의 일만 년 전 신석기 유적지인 지아후(賈湖)에서 출토된 토기 파편에서도 술 발효 흔적이 발견되었다. 꿀의 밀랍에 존재하는 유기물질과 타타르산 등이 발견되었고, 근처에서 쌀알과 산사나무 씨앗 등도 출토되었다. 쌀과 물, 산사열매, 중국 야생포도 등의 혼합물로 술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만1000년 전 터키의 유적에서는 맥아 또는 보리로 보이는 곡물이 담긴 통이 발견되었다. 과학적 증거는 부족하지만 이것이 맥주 발효와 관련되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맥주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일반화되어 사람들의 급여 일부를 맥주로 지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3500년 전 이집트의 태양신전 유적지에서 맥주제조용 기구와 맥주홀 터가 발굴되었고, 피라미드의 벽화에 맥주 제조과정이 그려져 있다.

한국에는 술 관련 고대 유물이 거의 없다. 어쩌면 못 찾았는지도 모른다. 고구려 건국신화에 술 이야기가 나오고 중국 사서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기던 민족이라고 한다. 술과 발효제인 누룩이란 단어가 우리 고유의 말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우리 술 문화의 뿌리가 깊고 널리 퍼져 있었을 것이다. 신석기시대의 대표 유물인 빗살무늬 토기에서도 뛰어난 생분자 고고학자가 잘 찾아보면 술의 흔적이 나올지 모른다. 우리 술의 뿌리가 5000~6000년 전으로 올라간다 하더라도, 낙후된 우리 술 산업은 별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술을 마실 때 이야깃거리가 늘고, 어깨라도 으쓱거릴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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