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푸르지오..' 업체들, 아파트 브랜드 관리 어렵네

입력 2007-07-11 14:22 수정 2007-07-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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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본격화된 건설 업체들의 브랜드 마케팅이 10년째에 다가오면서 새로운 고민에 나타나고 있다. 그간 브랜드의 양과 질의 제고를 꾀하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고급화와 보편화의 기로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업체들이 주력하는 브랜드 마케팅은 자사 브랜드의 고급화에 촛점이 맞춰진다. 신평면개발과 친환경 마감자재 사용, 새집증후군 방지 등 아파트 건립에서 발생하는 분양가 인상요인이 적지 않은 만큼 높은 분양가에도 거주자들이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고급 아파트로 끌어올리는 것이 건설업체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의 목적이다.

문제는 단일 브랜드로만 취급하다보니 브랜드의 가치가 고급화 보다는 보편화되고 있는데 있다. 이는 아파트의 가치가 아파트의 시설보다는 입지에 좌우되는 경향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삼성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의 경우 초기 도곡동과 대치동 등에서 잇따라 분양성공을 거두며 래미안이란 브랜드를 고급 브랜드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건설이 마포구 일대와 성북구 일대 재개발 수주에 집중하면서 이들 지역에 각각 1만여 세대 씩의 래미안 아파트가 공급되자 래미안의 고급성향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 이에 따라 한때 고급 브랜드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래미안은 어느 새 강북 재개발 아파트의 대표 브랜드가 된 상태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도 래미안 브랜드는 분양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고 또 실제로 래미안의 집값은 주변 시세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 목동, 여의도 등 이른바 고급 주거지역 거주자들이 느끼기엔 보편화된 브랜드에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래미안이 고급 아파트란 인식은 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가 먼저 겪었던 현상이다. 지난 2002년 기존 '드림월드'에서 현 푸르지오로 브랜드 명을 교체한 후 푸르지오는 주로 강북 뉴타운 권역과 수도권지역에 집중 공급됐다. 하지만 워크아웃 상태에 있던 대우건설은 강남 재건축 시공권 수주전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해 강남 등지에서 푸르지오는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이에 따라 푸르지오는 현대건설의 기존 브랜드 '현대홈타운'과 함께 '중저가 브랜드'로 자리 잡힌 지 오래다.

이처럼 고급화와 보편화의 기로 속에서 업체들이 느끼는 고충도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 원가공개가 전면 실시되면 중저가 아파트는 차별성이 없어지는 만큼 브랜드의 보편화보다는 고급화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써 관리해온 브랜드가 시장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은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업체에서는 브랜드의 차별화를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성공보다는 대부분 실패로 이어졌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지난 2002년 롯데의 중국식 발음을 인용 '낙천대(落天臺)'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주로 분양가가 낮은 지역 일반 아파트로 사용했지만 이렇게 되자 낙천대로 명명된 단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대부분의 낙천대는 '캐슬'로 탈바꿈한 상태다.

즉 이 같이 브랜드를 이원화하면 중저가 브랜드가 적용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필연적이라 시장의 눈치를 봐야할 업체들로선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현대건설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현대건설은 워크아웃 상태에서 주택시장 진출이 크게 어려웠던 시절 사용하던 브랜드 '홈타운'을 정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도입했다.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것도 바로 기존 브랜드 홈타운의 저가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서 비롯된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고급스러운 색인 자주색을 브랜드의 주색상으로 사용하고 역시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느껴지는 탤런트 고소영씨를 모델로 사용하면서 보편화보다는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교체도 딱히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이 경우 업체들은 5~6년 정도에 한번씩 브랜드를 바꿔줘야한다. 하지만 이 경우 수요자들의 브랜드 인지성이 떨어지게 되는데다 매번 새 브랜드를 런칭할 때 마다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만큼 자주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란 지적이다.

이에 최근 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주 브랜드 명에 부제를 달아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는 방법이다. 즉 주브랜드명+부브랜드명을 혼합해 사용하는 이 방식은 고유명사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어 개별 단지의 아이덴티티를 높일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형태의 브랜드명은 강남지역에 주로 아파트를 공급해온 롯데건설이 자사 브랜드 캐슬을 사용하면서 먼저 시작했다. 롯데 캐슬은 단지마다 주체적인 부브랜드명을 사용, 캐슬클래식, 캐슬헤론, 캐슬프레미어, 캐슬파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된다.

삼성건설 역시 이같은 주브랜드명+부브랜드명 방식의 브랜드명 짓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입주한 경기도 과천 11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래미안과 함께 '에코팰리스'라는 부브랜드명을 사용,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같은 아파트 '이름 짓기'의 복잡화는 향후에도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지난해 정부가 '아파트값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의 단지명 변경 금지'를 천명하고 나서고 있지만 브랜드가 '돈'이 되는 것을 아는 분양 계약자와 입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더욱 깐깐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다수 청약자들이 청약시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고급성과 함께 단지의 주체성을 느낄 수 있는 단지명을 원하고 있어 업체들의 단지명 짓기 고심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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