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태양의 후예' 촬영지

입력 2016-05-12 16:06 수정 2016-05-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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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는 태백시 관광상품 개발에 한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이제 문화 콘텐츠는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매체다.

연기자·가수와 같은 연예인 개인은 물론 영상이나 음원의 파급력 또한 대단하다. 이뿐만 아니다. 드라마 촬영지의 장소와 건물·공간도 흡입력이 강하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 문화 콘텐츠가 응용된다.

최근 강원도 태백시를 둘러봤다. 통리에 있는 옛 한보탄광 자리와 백산의 저탄장은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다. 드라마 촬영은 태백뿐만 아니라 인천이나 정선 등지에서도 이뤄졌지만 주요 장면은 대부분 태백에서 만들어졌다.

그만큼 촬영지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소리다.

하지만 드라마의 유명세와 달리 태백 촬영지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드라마 세트장은 거의 철거돼 기존의 사무동 건물만 을씨년스럽게 서 있을 뿐이다. 다행히 건물의 반쪽은 지진 등에 파괴된 것 같은 형태로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현장에 걸어놓은 드라마 한 장면의 대형 사진이 없었다면 촬영장소라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수질 정화와 산림복구를 하는 중이어서 산림청이 원상 복구하는 조건으로 세트장 건설을 허용해 지금은 폭파된 듯한 한보철광 사무동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철거돼 드라마 속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쓸쓸한 폐광지역에 서 있는 사무동 건물은 드라마에서 나온 지진 장면을 연출한 곳이다. 그 모습이 주변의 분위기에 잘 어울려 잘만 손질하면 촬영지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을 듯 했다.

더욱이 태양의 후예가 한·중 두 나라에서 동시 방영돼 큰 인기를 얻었으니 팬들의 촬영지 관광 욕구는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도 드라마 제작사는 물론 태백시·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호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관계 기관들은 뒤늦게 촬영지 조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드라마 열기가 남아있을 때 사업이 진행돼야 효과가 높아지는 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는 퇴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태백시는 우선 1억7000만원을 들여 한보탄광 부지에 군 막사·메디 큐브 등을 설치해 어설프지만 촬영지 흉내라도 내려고 한다.

홍용기 부시장은 “촬영지가 태백시의 슬로우 시티 조성지역이어서 앞으로 관련 자금을 활용해 제대로 된 모습을 구현할 방안”이라고 말한다.

4000억원 가량을 들여 개발한 오투 리조트를 800억원이라는 헐값에 팔아넘긴 태백시는 엄청난 적자 때문에 마음이 급하겠지만 자금 관계상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럴 때엔 관광공사가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으련만 남의 일에 소극적인 공기업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이럴 봐에야 차라리 민간 기업에게 일을 맡겼더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번듯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오는 6월 하순께 한 여행사가 중국 팬을 대상으로 드라마 촬영지 방문 관광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태백 촬영지는 관광명소로 우뚝 서게 된다.

그러나 콘텐츠가 너무 빈약하다. 먼 길을 달려와 사진 몇장 찍는 수준이라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될지 모른다. 관광지가 너무 초라하면 상품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소리다.

관광 상품을 사업화하는 관광공사가 적극 나서야 할 것 같다. 이런 돈벌이 기회를 그냥 날리면 정말 바보다.

이참에 장기 흥행이 가능한 복합 관광 상품 개발해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다시 촬영지를 찾게 하는 추억의 볼거리·먹거리 등이 담긴 드라마 장면같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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