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목표≒스탬프 카드

입력 2016-05-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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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범 IBK기업은행 공보팀 과장

뚱뚱해진 지갑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문득 ‘목표’는 카페나 식당에서 나눠주는 스탬프 카드를 채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칸에 10개의 도장을 채우면 원하는 메뉴 1개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그 카드 말이다.

처음 스탬프 카드를 받으면 무료 메뉴를 먹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갑에 넣어둔다. 그러다 불현듯 지갑 속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가게의 카드가 수두룩하다.

정작 10개를 다 채운 일은 가물가물하다. 미처 다 채우기 전에 카드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그 가게에 갈 일이 없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목표 역시 매번 새롭게 세우지만 정작 이룬 것은 별로 없다.

하나에 진득하지 못하고 또 다른 목표를 만들어 새로운 목표라는 도장 1개를 찍는다. 그렇게 세운 목표가 차고 넘쳐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때, 그간의 노력과 시간, 비용을 아까워하며 그 목표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먼저 도장 10개만큼의 보상을 받은 후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금융상품 중에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살 때 먼저 할인을 받은 후 할인받은 금액만큼을 포인트로 갚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사가 어찌 목표 달성의 열매를 먼저 누릴 수 있겠는가. 금융상품보다 더 팍팍한 인생살이임이 틀림없다.

가끔 스탬프가 반 이상 채워진 카드를 발견하면 불굴의 의지로 10개를 채우기도 한다. 1잔을 마시기 위해 3∼4번을 일부러 더 찾는 것이 과연 경제적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우리가 세운 목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목표의 크기를 떠나 달성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도장 1개가 찍혀 있는 스탬프 카드를 몽땅 버리며 올해는 하나의 목표를 집중 공략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보다 어쩌면 10개를 다 채울 수 있는 목표인지 생각해보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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