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히로시마 방문 후폭풍 불가피

입력 2016-05-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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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31일 미국 워싱턴서 열린 핵안보 회의에서 대화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31일 미국 워싱턴서 열린 핵안보 회의에서 대화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하순 미에 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27일에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은 “역사적 방문”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건 2차 세계 대전 말기인 1945년 8월 6일 원폭을 투하한 이후 71년만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히로시마를 방문했지만 그가 방문한 건 퇴임 후였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내걸어온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에서 비핵화를 호소하는 내용의 연설을 할 계획이며, 히로시마평화공원 자료관 방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에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모든 (원폭) 희생자들을 미일 양국이 함께 추도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 실상을 접하고 그 느낌을 세계에 전하는 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동안 미국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미·일간 뿌리 깊은 가시’로 평가돼왔다며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깊이 박힌 가시가 뽑히는 심리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일 동맹이 한층 강화하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동북아시아 주요국이 얽힌 과거사가 왜곡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가해자라는 역사적 사실을 희석시키고, 오히려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역사 왜곡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중국 주요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발표를 일제히 속보하며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관영 신화통신은 “일본은 히로시마에 초점을 맞추고 침략자 입장을 삼가하고 피해자 입장을 강조하려 하고 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중국 언론은 “미국민 대다수는 2차 대전이 원폭 투하 덕분에 빨리 끝났다고 생각한다, 원폭 투하는 합법적이었다고 보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의 안정을 호소하며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의 가해자이므로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설이 부상했을 당시, 미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등 미 각료들이 지난 4월 11일 일본 히로시마평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등 미 각료들이 지난 4월 11일 일본 히로시마평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반발 여론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고 사령관을 겸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사죄 외교’로 받아들여져 라이벌인 공화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대권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한일 핵무장을 옹호하는 등 핵을 지지하는 만큼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은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행을 강행하는 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치적 업적 쌓기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바마는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제창하고 같은 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핵 없는 세계’를 주도하자는 피폭지 방문 공약을 7년에 걸쳐 실현하는 셈이다.

특히 임기 마지막 해인 이번을 놓치면 재임 중 히로시마를 방문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지는 데다 마침 지난달 미국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 미국내외 반발이 생각만큼 거세지 않았던 것도 그의 히로시마 방문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벤 로즈 대통령 부보좌관은 10일 블로그에서 “미일이 쌓아온 깊은 동맹 관계를 상징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투하 여부를 둘러싼 판단을 돌아보기보다는 미일 공통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인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원폭을 투하한 유일한 국가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계속 추구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ABC뉴스 인터넷판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할 것인지 향후 초점이 될 지도 모른다”며 히로시마 성명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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