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셀카 부적응자의 고백, 카시오 EX-FR100

입력 2016-04-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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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계에 있으면 계절에 따라 매번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몇 가지가 있다. 봄은 일단 카메라와 바퀴로 굴러가는 모든 것들이 다시 시작되는 시기다. 바깥 기온이 오르면 꽃이 피고 노면이 따뜻해 접지력이 올라가니까. 그래서 이맘때 즈음이면 사진 찍기가 취미인 이들은 출사 나가기 바쁘고, 바퀴 달린 모든걸 사랑하는 이들은 호시탐탐 도로 위의 일탈을 꿈꾼다.

사진을 찍는 게 일이지만 남에게 사진을 찍히거나 혹은 스스로를 찍는 ‘셀카’라는 일련의 과정이 에디터에겐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남이나 제품을 찍어왔지 내 스스로가 다른 이 혹은 자의에 의해 찍히는 일이 익숙치 않아서다. 그러던 와중에 카시오 엑슬림 FR-100과 만났다. 카시오 제품은 일명 ‘연예인 카메라’로 특히 셀카가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 응당 기어박스 공식 셀피요정 에디터H에게 가야 할 제품이다. (에디터H의 ‘셀카 리뷰’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나처럼 셀카 바보에게 올 제품이 아니란 얘기다.

굳이 에디터와의 연결고리를 찾자면 지난 1월 초 CES 2016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시오의 첫 스마트워치, WSD-F10과 함께 이녀석을 전시장에서 처음 만났으니까. 물론 그땐 이 제품이 이렇게 인연이 닿을지는 꿈에도 상상 못 했다.

일단 스펙 점검부터. 카메라는 16mm 화각의 1020만 화소를 지원한다. 모니터는 92만 화소의 3인치 터치 방식 액정을 썼다. EX-FR100은 기존 EX-FR10의 후속작인 2세대 모델이다. 외형은 거의 동일하지만 색상은 훨씬 화려해졌다. 솔직히 1세대 모델은 굳이 자신의 정체성이 아웃도어 모델임을 알려주려는 듯 카모플라주 디자인까지 내놨던 과거가 있다.

일단 EX-FR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카메라 본체와 모니터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 WSD-F10을 사용할 경우 모니터가 필요하지 않기도 할뿐더러 액션캠으로는 다소 덩치가 커지는 까닭에서다. 외형만 놓고 따지면 액션캠보다는 뷰티캠에 가까운 곱상한 생김새다. 너무 귀엽게 생겨서일까. 본체마다 뒷면에는 방수(WATER PROOF), 충격방지(SHOCK RESISTANT)라는 말이 쓰여있다. 마치 새하얀 팔뚝에 ‘一心’이라고 문신을 하듯 터프함을 글로 강조했다.

이렇게까지 강조하는데 테스트를 피할 이유도 없다. 떨어트려보고 물에 빠트려도 봤다. 결과가 어땠냐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진 정상 작동 중이다. 카메라와 모니터 모두 1.5m 방수 및 영하 5도 내한, 충격 파손 방지 기능을 기본으로 갖췄다. 사실 혹한 테스트도 해보려 했으나 이미 서울의 한낮 기온은 20도에 육박하고 있다.

테스트 장소는 기어박스에서 제일 가까운 아웃도어의 성지이자 우리의 영원한 촬영 스팟 청.계.천이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녹화 버튼을 누른 후 곧장 물속으로 카메라를 던졌다. 주변에서 다들 놀라는 눈치다. 훗.

잠시 기다리는 동안 봄 노래를 들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요즘 가장 핫한 십센치(10cm)의 ‘봄이 좋냐?’란 곡이다. 아울러 아웃도어 카메라인 만큼 철저하게 모든 제품 촬영을 바깥에서 했음을 강조하는 바다.

버튼 배치는 본체 디자인만큼이나 간결하다. 전원, 셔터, 녹화 그리고 USB와 메모리 카드 슬롯이 있다. 메모리 카드 슬롯을 제외하면 모니터도 동일한 배열이다.

FREE와 RELEASE버튼은 각각 카메라의 외장 하우징을 제거할 때와 카메라+모니터를 분리할 때 쓰는 버튼이다. 비슷한 기능이지만 혼동이 될까 봐 각각 다른 표현을 썼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카메라의 크기는 60.9 x 33.3mm에 76g, 모니터는 59.2 x 86.7 x 19.4mm에 103g의 무게를 지녔다. 둘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블루투스로 무선 연결된다. 무선랜 연결도 지원한다.

카메라와 모니터가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충전 역시 따로 해야 한다. 카메라 한대를 충전하는 데 USB 케이블 2개가 필요하단 뜻이다.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에디터는 아이폰6와 애플워치를 매일 밤마다 충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익숙한 일이다.

4배 디지털줌은 기능 버튼이 따로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이내 혼자 창피해서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을 오므리거나 벌려서 줌 인/아웃을 하면 됐으니까. 이렇게 스마트한 카메라일 줄이야. 아무래도 나의 카메라 레퍼런스는 여전히 DSLR 시대에 멈춰 있는 것 같다.

접사는 기본이다. 셀카 다음으로 많이 찍는 건 음식 사진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일 테니까. 10cm의 초점 거리를 지원한다. 초점이 맞을 때까지 들이대고 찍었지만 광각 렌즈 덕분에 가깝다는 생각은 그리들지 않는다. 대신 왜곡이 많이 되기 때문에 사람을 정면에 놓고 접사로 찍을 경우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여러 차례 테스트는 해봤지만 모두 기어박스 식구가 아닌 관계로 기사에는 넣지 못한 것을 에디터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나가는 강아지라도 찍어둘 걸 그랬다.

뭐니 해도 봄엔 역시 벚꽃이다. 마음껏 찍을 생각에 완충 상태로 들고 갔다. 무려 235장을 찍을 수 있는 배터리인데 그만큼 찍지 못 했다. 남자가 혼자 벚꽃 사진을 찍는건 미관상 그리 좋아 보이지 않더라. 갑자기 쓸쓸함이 가슴 깊이 몰아치기도 하고… 그래서 소심하게 몇 장 찍은 샘플 사진을 공유한다. 창피해서 몇 장 찍다가 쏜살같이 자리를 피했다.

지금까지 이 카메라로 찍은 다양한 에디터의 행적을 자체 기능인 하이라이트 무비로 만들어 봤다. 셀카/사진/동영상을 하나로 압축해 배경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알파고는 바둑밖에 모르지만 적어도 이 녀석은 사진과 동영상을 알아서 편집할 정도로 똑똑하다.

카시오 EX-FR100의 장점을 꼽자면 카메라 답지 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카메라 본체 양옆에 달린 고리에 스트랩을 달아 목에 걸 수 있고 모니터와 연결해 카라비너로 가방이나 허리에 찰 수 있다. 90도로 완벽하게 접히는 특성을 이용해 책상 모서리 같은 곳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놓고 셀카를 찍는 것도 가능하다. 예전 카시오에서 판매했던 캔유라는 폴더폰처럼 절도있게 카메라와 모니터가 접히는 것도 특징이라 볼 수 있겠고.

게다가 카메라 본체에 링 플래시를 비롯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다 별매다. 하지만 응용력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카메라 삼각대부터 목걸이까지 다양한 방식의 거치와 촬영 앵글을 얻을 수 있다는 건 EX-FR100이 지닌 장점이다.

여러 상황에서 찍어보니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일단 모니터 없이 단독으로 촬영 가능하지만 카메라만 들고는 앵글을 맞추거나 초점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악의 상황엔 마치 도촬(?)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앞서 얘기한 다양한 상황에서 촬영이 가능한 점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다. 요약하자면 다양한 촬영 상황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테고. 거친 아웃도어 환경에서 카메라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물이나 충격으로 인한 리스크 부담을 덜어 낼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별매지만 카시오WSD-F10 시계와 카메라 본체만 들고도 작고 가벼운 채비로 사진/동영상 촬영 세팅이 가능하단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색상은 블랙, 화이트, 옐로우 3가지 중에 고를 수 있고 가격은 62만9000원. 비록 봄기운 완연한 병아리색으로 리뷰를 진행했지만 참고로 에디터 취향은 단연코 블랙이다.

카메라 리뷰이니 사진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카시오 EX-FR100을 들고 다니며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슬쩍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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