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주주, 일본 기업 지배구조에 경종…세습경영에 무너진 ‘유통의 신’

입력 2016-04-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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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스즈키 도시후미(83)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자신이 맡고 있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회사 대주주인 미국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롭이 그의 세습 경영 체제 유지에 제동을 걸면서 일본 유통업계의 거물이 백기를 든 것이다. 그의 퇴장으로 일본 재계에 만연한 세습 문화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즈키 회장의 사퇴 결정은 이날 열린 세븐앤아이홀딩스 이사회에서 핵심 자회사인 세븐일레븐 재팬의 현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자신의 차남인 스즈키 야스히로를 앉히겠다는 내용의 신임 사장 안건이 부결된 직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영 문화에서 이사회가 회장이 직접 상정한 안건을 부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스즈키 회장은 사의 표명 후 기자회견에서 세븐일레븐의 현 사장인 이반 류이치에 대해 “사자 몸속에 벌레가 있었다”라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세븐아이홀딩스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잡음은 스즈키 회장과 회사 주요 주주인 서드포인트의 마찰로 표면화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이 이끄는 서드포인트는 지난달 말 공개서한을 통해 스즈키 회장이 자신의 차남을 핵심 자회사인 세븐일레븐 재팬 사장 자리에 앉히고, 이어 세븐앤아이홀딩스 사장에까지 올려놓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후계자 선정에서 세습을 피하라고 요구했다.

롭의 공개 비판 이전에도 스즈키 회장의 후계 자리를 둘러싸고 회사 안팎의 불만은 컸다. 스즈키 회장의 차남 스즈키 야스히로는 쇼핑몰 사업의 부진 등 실력 부족에도 이례적인 속도로 사내에서 출세가도를 달려왔기 때문. 이에 스즈키 회장은 일가 특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야스히로의 승진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사실상 없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국처럼 일본의 세습경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원자재 투자의 큰 손으로 불리는 티 분 피켄스 BP캐피털매니지먼트 CEO 등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영 상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 이익을 이유로 일본 세습경영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영세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세습경영은 일본에서 관행이자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번 스즈키 회장의 사임으로 이러한 세습경영 문화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의 세븐아이홀딩스였다면 회장의 요구가 거부당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인사 투명성과 책임에 대한 회사 안팎의 요구가 커지면서 결국 스즈키 회장이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즈키 회장은 1963년에 종합 슈퍼마켓 ‘이토요카도’에 입사한 뒤 미국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들여와 편의점 문화를 일본에 정착시켜 ‘유통의 신’으로 불린다. 세븐일레븐의 성공으로 그는 1992년 이토요카도 창업자의 장남인 이토 야스히사를 제치고 이토요카도 회장 자리에 앉았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후 2005년 세븐일레븐 재팬과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이토요카도 등을 합병해 지금의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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