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로운 대기업 만들어질 토양… 어디에

입력 2016-03-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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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뉴미디어부장

지난해 한국의 주력산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조선, 자동차, 철강 등 한국 10대 주력산업은 전년과 비교할 때 9%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9년 14% 하락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어느새 1분기를 넘어서고 있는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에 거세게 불어오는 중국발 한파로 전자·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는 ‘흐림’, 조선 업종엔 차가운 ‘눈’이 내려 국내 산업 수은주는 떨어지는 형국이다.

건설이나 유화가 그나마 호조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다소의 위안이 될 뿐이다. 하지만 건설은 지난해의 내수 호조 효과가 올 상반기까지 유지되는 것이며, 유화 역시 저유가에 기반한 정제 마진이 실적을 견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이기보다는 환경 요인이 작용하는 것인 만큼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대기업 의존형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이미 지난 몇 년간 경제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안이다. 지난해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6%에서 10.8%로 4.2%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이 이럴진대 중소기업은 어떻겠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8.5%에서 10.6%로 2.1%포인트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대기업보다 적었고, 상승폭도 낮았다. 의외의 지표가 아닌가.

대기업 집단은 규모의 경제와 막대한 투자, 수직구조화를 통한 시너지 등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과는 궤가 다른 체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방향이 바뀌었다. 글로벌 경제 불황기가 오자, 상위 대기업 집단은 투자나 고용보다는 유보금을 쌓아 위기를 대비하는 소극적 경영으로 전환했다.

또 중위권 대기업 집단은 금융기법을 통해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성장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상위 대기업 집단은 성장세가 꺾였고, 중위권 대기업 집단은 외적인 경제 환경에 취약한 결과를 드러냈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10대 주력산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또한 대기업 집단의 움직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요원한 부분이다.

그러나 해답이 과연 대기업 집단에만 있을까.

가까운 중국을 보자. 해외기업의 하청 생산지에 불과했던 중국은 하루 3000여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DJI를 살펴보자. DJI는 현재 전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 드론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해 투자 모집에 성공하며 DJI의 기업가치는 무려 100억 달러로 올라섰다. 우리 돈으로 11조원이 넘는 규모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선전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회사를 설립한 1980년생 프랭크 왕은 현재 3000여명 직원수를 가진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어릴 때부터 모형비행기 마니아였던 그는 카메라와 모형비행기가 결합된 지금의 드론 개념을 10여년 전 적용했고, 그의 꿈대로 중국을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는 성공을 거뒀다.

이는 DJI라는 한 벤처의 성공기로만 봐서는 안된다. 중국에서는 작은 회사가 대기업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벤처 붐이 일어났고, 세계를 호령했던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생겨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대기업 우선 정책, 창업하기 어려운 금융환경, 창업보다는 취업을 우선하는 젊은 인재들의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게 그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체계적이고도 장기적인 지원보다 한때 일어난 유행만 좇아가는 즉흥적인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이세돌과의 대국으로 ‘알파고’ 열풍이 일자 정부가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자며 AI(인공지능)산업 육성책을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한 예다. 즉흥적인 지원책의 남발은 장기 플랜의 부재를 실토하는 것일 뿐이다.

기업도 인간처럼 수명이 있다. 현재의 대기업 집단이 언제까지 한국경제를 책임질 수 있을까. 새로운 대기업을 만드는 것이 한국 경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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