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사는가

입력 2016-03-22 10:59 수정 2016-04-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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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필자는 초등학교 6학년인 열세 살 아들을 키우는 아빠다. 출장, 회의 탓에 밤낮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의 학업을 돌봐주기는커녕 얼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니 늘 미안하다. 미안한 마음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웬만하면 들어주는 것이 내 사랑의 표현이다. 어르신들께서는 “그렇게 하면 아이 버르장머리만 나빠지고, 자기 멋대로 자란다”고 하지만 머리로만 100% 공감할 뿐 나의 행동과 말은 어느새 그 몹쓸 “Yes”를 하고 있다. 그렇게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의 지난 3년을 지켜봤다. 존경스럽고 가정적인 아빠가 세상에는 많지만 나와 같이 불성실한 아빠가 더 많을 거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아이의 덩치가 훌쩍 커버린 이제서야 지인이 술자리에서 지나치듯 말했던 비즈니스의 가치관이 떠오른다. ‘사업의 제1 목표는 자식의 교육이 돼야 하고 그 다음은 가족의 행복, 그런 후에야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삶에 있어 의미가 있다’는 경구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등 나의 상황에 비추어진 수많은 고사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와 같은 문제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나 보다.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잘 이루는 것이 비즈니스를 잘해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리라고 위안해본다.

며칠 전 SNS에서 얼핏 봤던 신간 서적 소개 문구가 떠오른다. 필자는 기업의 목적을 흔히 말하는 ‘이익’이 아니라 ‘오직 10년 후 직원들의 미래’라고 했다. 사업이나 치국(治國)의 근본도 가정의 행복에 있다는 고사가 있지 않은가. 가정의 행복이라는 큰 틀은 모두 같으나 그 실천의 의지가 미약하니 나같이 흔하디 흔한 사업가조차 아들의 버릇없는 행동 하나에도 울컥하고, 아이를 탓하는 것도 모자라 외롭게 성심껏 생활해온 아내에게로 책임을 돌렸다. 어떤 사업가는 기업의 목적도 이익이 아닌 ‘직원의 미래’에 둔다는데 하물며 가정의 근본을 자식에게 두는 것은 필시 당연한 일이겠다.

그렇다면 어떤 이에게 근본의 중요함을 강조해야 할까? 사업의 규모는 상관없다. 어찌 보면 사업을 하는 사장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자신이 워커홀릭이라고 생각된다면, 자신이 누구보다도 괜찮은 전문직이라고 생각이 드는 자존감이 큰 상황일수록 일의 최종 목적에 사람이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처자식 먹여 살리는 것에 지나치게 당당해하기보다 마케팅 예산을 짜듯이 가족의 10년 후를 추산하면서 삶에 있어 어떤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간다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그 보상심리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불감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으로 버릇없다며 아이를 나무랐던 내가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가정의 목적, 회사의 목적을 운운하는 걸 보니 아직은 반성의 기미는 남아 있는 일반적인 양심가는 되는 모양이다. 마흔 중반의 아빠를 깨치게 하는 것 또한 가족인 것에 대해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날이다. 내일은 눈싸움을 핑계 삼아 지긋이 아들의 예쁜 눈망울을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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