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⑦] 증권시장 체계적 규율 도입…박종석 5대 증권감독원장

입력 2016-03-22 10:35 수정 2016-05-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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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재무부 출신… “상장 심사도 은행 대출처럼 깐깐하게”

박종석 전 증권감독원장은 증권업보다는 은행업권에 잔뼈가 굵은 인사였다. 자유를 빙자한 방임이 넘쳐나던 증권시장에 은행업권과 같이 체계적인 규율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의 출발에는 기대보단 아쉬움이 먼저 자리했다. 정영의 4대 원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재무부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급하게 그 공백을 메우게 됐기 때문이다. 정 전 원장은 재무부 증권보험국장과 차관 등을 역임해 ‘증권통’으로 불렸던 터라 취임 당시 직원들의 기대가 컸지만 박 전 원장의 증권업 경력은 재무부 시절 3년가량이 전부였다.

정 전 원장은 후임자를 고려하면서 조직에 빨리 융화될 수 있는 원만한 성격을 가장 크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부인사에 낯가림이 심한 한국은행에서 재무부 출신임에도 훌륭히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전 원장이 발탁됐다.

박 전 원장은 취임식에서 “증권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른다”며 기자와 직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지만 은행업권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증권시장에 유연하게 적용시켰다.

◇“아무 기업이나 상장 안돼”…기업공개 까다롭게 = 1990년 9월 신규 상장회사인 대도상사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상장된 지 1년 남짓한 기업에 부도가 발생하면서 증권당국의 허술한 기업공개 절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도상사는 기업공개 당시에도 상장 적정 요건에서 논란거리가 많았지만 증감원이 공개주간사가 제출한 신청서에만 의존해 상장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대도상사의 부도로 커진 불안감은 증시에 상장된 중소형사 20여 곳이 부도가 날 것이란 풍문으로 이어졌다.

실제 1989년부터 1990년 9월까지 새로 상장된 126개사의 상반기 경상이익이 약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대도상사 외에 한국유니텍, 은마여행사 등도 부도를 맞았다.

이에 박 전 원장은 기업 상장 요건도 은행의 대출심사 조건만큼 깐깐하게 수정해나갔다. 일차적으로 자본금이 20억원 미만이거나 공개 한지 2년 이내인 중소기업 중 섬유·피혁·모피 등 불황업종이나 중소 전자회사 등을 선별해 특별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두드러지게 감소추세인 회사나 주업종이 아닌 부대사업에서 이익이 큰 회사 등은 아예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듬해에는 주요 업무계획 중 하나로 기업공개 요건 강화를 지정하고 3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금 요건을 50억원으로 높였다. 매출액 규모 요건도 새로 도입했다. 최근 3년 평균 연간 매출액이 150억원 이상이면서 최근연도 매출액이 200억원 이상인 기업만 상장이 가능해졌다. 특히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사업 전망이나 신용등급, 사업주의 자질 등 정성적 요소까지 함께 심사하도록 강화했다.

◇금융실명제 도입…증권업계 발맞춰라 = 박 전 원장 재임 기간 금융업권에 일어난 가장 큰 지각변동 중 하나는 ‘금융실명제’ 도입이다. 1993년 8월 12일 저녁 8시 김영삼 대통령의 긴급 명령으로 실시된 금융실명제는 증권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13일 주가가 폭락하면서 신용담보부족 계좌가 많이 늘어나는 등 혼란이 커지자 박 전 원장은 14일 금융실명거래증권실시단을 구성하고 시장 충격 최소화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 △무기명산업안정증권 발행 허용 △거액전환사채(RP) 발행조건 완화 등 대정부 건의안이 마련됐다.

충격이 잦아들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증권시장으로 ‘큰손’들의 도피성 자금이 몰리면서 증시는 빠르게 회복됐다. 이에 감독원은 바로 이상거래를 잡을 대책을 내놨다. 실명제 시행으로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에 대한 자금추적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시 검사를 강화하고 검찰통보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실명제 도입을 증권가에 호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증권사 임직원들도 일반 투자자처럼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증권사 임직원의 주식거래는 저축상품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법 위반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졌다.

금융실명제 시행 후 박 전 원장은 재무위의 국정감사장에서 “현재 증권사 임직원이 주식 투자를 해도 그 거래 내용에 대한 감독이 용이하다”며 “굳이 법으로 주식거래를 금지할 필요는 없어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박 전 원장은 1994년 백원구 6대 원장에 자리를 내주고 중소기업은행 이사장에 부임했다. 그러나 임기를 약 7개월 남기고 급하게 마무리를 지은 아쉬움 탓인지 증감원 고문으로 남아 약 1년간 더 업무에 관여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기관 ‘옥상옥’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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