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기업 포스코] “정권 따라 휘둘리더니 다 망가졌어”…‘국민기업’ 이념도 개념도 다 버렸다

입력 2016-02-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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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스코’ 향한 포항민심…“2년전부터 경기침체 심각”중국 매각설도 나돌아

▲지난 19일 포스코 이사회가 열린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위치한 청송대 입구. 이날 포스코 관계자들은 외부인의 청송대 출입을 통제했다.
▲지난 19일 포스코 이사회가 열린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위치한 청송대 입구. 이날 포스코 관계자들은 외부인의 청송대 출입을 통제했다.
“최근 3년 사이, ‘포스코 맛이 갔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포스코의 태동기인 지난 1965년에 태어난 택시기사 김춘식씨. 그는 평생 포항을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다. 한국경제 성장기의 한복판에 있었던 그는 중소회사와 식당을 거쳐 2011년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19일 만난 그는 포스코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가 포항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

“2년 전부터 택시며 숙박업소, 음식점 손님이 크게 줄었습니다. 포스코가 많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죠. 포스코 사람들이 시내로 나와서 돈을 안 씁니다. 회사가 쪼그라드니 돈을 안 쓸 수밖에요.”

김씨는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포스코 본사까지 이동하는 동안 줄곧 이 회사의 얘기로만 차 안을 채웠다. 먼저 화제를 꺼내지 않아도 포항 사람인 그의 관심사는 단연 포스코였다.

“포항 사람들은 이제 포스코가 중국에 넘어갈 것이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계열사가 정리되면서 올해 들어 부쩍 이 얘기가 회자되고 있네요. 엊그제는 포스코 연구원을 태웠는데 포스코 해외 매각설에 대해 한참 얘기를 나눴습니다.”

김씨는 포스코가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저수익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고강도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다.

김씨의 얘기처럼 포항 경기는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포항시의 지난해 3분기 생산지수는 97.8(2010년=100)이다. 전년 동기 대비 0.2 줄은 수치다. 포항시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재임 시절인 2012년 이후 분기별 생산지수가 100을 넘어선 적은 단 두 차례(2014년 4분기, 2015년 2분기)에 그친다. 2010년과 견줘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 생산의 대부분은 포스코가 차지한다.

포항시는 밤거리도 한산했다. 이날 저녁 포항시 북구 상대로에 위치한 대표적 유흥가인 쌍용사거리에는 손님을 태우지 못한 택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손님이 북적이는 식당과 술집들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불금’이란 시쳇말이 이곳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다.

쌍용사거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이민기(42)씨는 “2012년에 비하면 이 지역의 식당이나 술집이 30~40% 줄었다”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클럽은 예전에는 8곳이었지만 지금은 2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 식당은 금요일 오후 8시에 10개 테이블 중 2곳밖에 채우지 못했다.

포스코에만 의지하고 있는 지역경제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항 지역 언론인은 “포항시민은 이제 포스코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다른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는 것이 포스코 정상화 궤도 진입보다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역경제 침체 배경에는 포스코의 뿌리 깊은 정경 유착이 자리하는 것으로 지역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5, 6대 포항시장을 지낸 박승호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포스코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일부 지역 정치권 인사의 청탁과 이권 개입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예비후보는 “제철이 있어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포항만 뒤처진 상황”이라며 “정치 외압을 끊어야만 포스코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황은연 포스코 사장(경영인프라본부장)이 등기이사에 오르지 못한 것도 포스코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무관치 않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위치한 청송대에서 열린 이사회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사외이사에 따르면 차기 등기이사와 관련한 논의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은 정권 실세를 통해 포스코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이 이사회에 큰 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 새 등기이사에는 황 사장 대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정우 부사장이 추천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룹의 CFO가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 황 사장의 경우 등기이사 후보로 이사회에서 논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결정에서 밀려난 것은 최근에 불거진 정권 유착설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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