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금융계의 ‘같기도’ 단원(?)

입력 2007-06-04 10:10 수정 2007-06-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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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분위기로 업계 비난....본연의 자세 정립 시급

요즘 KBS 개그콘서트의 ‘같기도(道)’ 코너가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코너는 "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무공을 소재로 한 풍자 개그다.

이 개그는 Yes 아니면 No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있는 곳들이 많다.

금융계에도 ‘같기도’ 상태에 있는 금융기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또는 현재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간단계에 있는 이유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그 본연의 모습에서 이탈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해 있는 금융기관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같기도’ 때문에 본의 아니게 관련 업계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반면 몇몇 금융기관은 이 ‘같기도’로 위안 아닌 위안(?)을 받고도 있다.

물론 ‘같기도’ 금융기관이라고 하지만 이들 금융기관들이 정체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본연의 모습이 있고, 또 그 나름대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같기도’ 금융기관은 때에 따라서 온갖 비난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도 하지만 병폐도 있는 만큼 ‘같기도’에서 빨리 탈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금감원, ‘정부부처 같기도, 민관기관 같기도’

금융감독원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대 기관이 통합돼 만들어진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금감원의 운영자금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 등 모든 등록 금융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된다. 상장기업들이 주식 또는 주식관련 사채를 발행한데 거두는 발행수수료도 일정비율을 차지하지만, 감독분담금의 규모가 절대적이다.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은 없으며 금융사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민간기관인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권한과 기능은 여느 정부기관 못지않은, 아니 이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과시한다. 정부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의사결정기구)의 위임을 받아 각 금융기관의 영업실태와 불공정행위 등을 관리·감독한다. 금감원을 '금융경찰'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금감원이 민간조직이기 때문에 대표인 금감원장도 ‘민간인’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금감원장은 고위공직자다. 금감원장은 정부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의 수장인 금감위원장이 함께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취재선진화 방안’에서도 금감원은 ‘당연히’ 배제됐다. 또 금감위도 특수성을 감안해 당초에 여기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정부의 단 한마디에 취재기자들의 사무실 접근이 통제됐다.

금감원과 금감위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대부분이 금감원 공간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 금감원이 정부부처 같기도, 민간조직 같기도 한 이유다.

▲증권선물거래소, ‘공공기관 같기도, 주식회사 같기도’

증권선물거래소(KRP)는 주식과 각종 파생상품(선물·옵션) 투자자들의 매매와 관련된 결제·청산 등 각종 지원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증권 유관기관이다. 주식시장 상장기업들의 공시, 진입, 퇴출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

이 같은 공공기관으로써의 성격과 함께 증권사와 선물사 등이 주요주주(회원)로 있는 주식회사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요주주는 25개 국내증권사들로 지분 76.31%(1526만주)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12개 선물사 4.14%, 한국증권금융 1.12%, 한국증권업협회 2.05% 등 기타 증권관련 회사와 기관도 지분을 갖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2005년 합병과 이영탁 초대 이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자체적인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공공기관'과 '주식회사'의 성격이 혼재된 성격상, 문제의 소지도 있다. 주주(증권사)들에 대한 징계권이 있는 시장감시위원회의 독립화 여부가 대표적이다. 시장감시위원회는 공정거래 규정을 위반한 주주(증권사 등)에게 회원경고나 제제금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최근에도 일부 증권사에 대해 종가 집중 관여, 다량의 허수주문 처리 등의 사례가 나타난 일부 증권사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증권선물거래소의 기업공개(IPO)시 기업가치 등을 측정할 대표주관사를 주주(증권사)들이 맡아야한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기업은행, ‘국책은행 같기도, 시중은행 같기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지난 61년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이 법에 따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자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꾀’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94년 코스닥에 등록(2003년 거래소-현 코스피-로 이동)했다. 그러나 아직 기업은행의 대주주는 지분 51%를 가진 대한민국 정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까지 더하면 범정부 우호지분은 66.7% 수준이다. 엄연한 국책은행이다.

재경부는 올해 기업은행 지분 51% 중 15.7%의 지분 매각을 예정하고 있는 등 민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민영화 추진과 함께 기존 중소기업 특화은행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강권석 은행장은 공공연히 기업은행의 ‘종합금융그룹화’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기업은행은 역으로 시중은행의 영역(?)이었던 소비자금융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요즘에는 아예 기업금융보다 개인금융에 더 많은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과 마찬가지의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기업은행의 이러한 시중은행화에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할 때까지 ‘국책은행 같기도, 시중은행 같기도’한 은행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화재보험협회, '보험기관 같기도 방재센터 같기도'

한국화재보험협회는 화재예방 및 소화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이에 관한 조사·연구 및 계몽 등을 통해 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을 예방하고 신속한 재해복구와 인명피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하게 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난 1973년 2월 6일 법률 제2482호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으며 창립일자는 1973년 5월 15일이다.

화보협회는 화재보험에 있어서의 소화설비에 따른 요율 할인 등급의 사정, 화재예방과 소화시설에 관한 자료의 조사·연구 및 계몽, 행정기관 또는 기타 기관에의 화재예방에 관한 건의, 기타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업무는 물론 화재보험 우량물건 할인율산출, 소방설비 자제점검, 방재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손보협회나 생보협회, 보험개발원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당연히 손보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그러나 업무 영역이 소방방채청과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화보협회는 회원사를 위한 전문 방재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검토 중이다.

화보협회는 조직 쇄신과 업무의 효율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경영컨설팅을 실시키로 하는 한편 조직 개편을 실시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보협회 제정무 이사장은 "이제는 화보협회가 화보법 등 기존 설립배경과 관련근거로 존립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하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는 등 새로 거듭나야 생존할 수 있다"며 "외부변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데 우리조직은 이 흐름에 둔감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협회도 변하지 않으면 존립의 근거가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보협회는 경영부문 전반에 걸쳐 경영컨설팅을 의뢰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협회의 비전과 경영전략, 추진사업 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 조직ㆍ인사 등 전반적인 부문에 걸쳐 종합컨설팅을 받을 계획이다.

▲솔로몬저축은행, ‘저축은행 같기도, 지방은행 같기도’

솔로몬저축은행의 자산규모 3조원 정도로 저축은행업계 1위 업체다. 계열회사인 부산솔로몬저축은행, 호남솔로몬저축은행까지 합치면 자산규모는 4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요즘 자산규모 성장 속도가 주춤하고 있지만, 현 자산규모는 지방은행 수준에 달하고 있다.

영업점도 서울 12개, 부산 6개, 호남 2개 등 20개에 달하고 있다. 각 저축은행이 별개의 법인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연결해서 보면 경기와 강원, 충청,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형만 보면 이미 솔로몬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이 아닌 지방은행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집만 공룡’에 불과한 것이 현재의 솔로몬저축은행의 모습이다. 규모에 걸맞는 업무는 사실상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규제에 얽매여 있는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저축은행이다. 그야말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필요한 곳에 대출을 해주는 단순한 여수신 마진으로만 먹고 살고 있는 것이 현재 저축은행업계의 현황이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은행에 취급하는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이론 중 하나인 ‘규모의 경쟁’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는 처지다.

과거 당국에서는 자산건전성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 지방은행화 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은 공염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만들지 않는 한 솔로몬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은 ‘저축은행 같기도, 지방은행 같기도’한 금융기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원자보, '보험사 같기도 공제회 같기도'

교원나라자동차보험 ‘에듀카’는 교원들은 대상으로 저렴한 보험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자보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 또는 전화만으로 간편히 가입할 수 있으며, 차량사고 시 신속한 보상서비스와 자동차관련 다양한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자보 점유율이 10%를 넘어서고 있는 등 확대되고 있지만 온라인 자보로 인한 수익 창출력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낮은 보험료와 사고 증가로 손해율이 악화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원자보의 경우 교직원이라는 한정된 시장, 상대적으로 낮은 사고율 등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양호한 수준이다. 2003년 12월에 출범한 교원나라자동차보험은 영업개시 첫 달 계약 4748건(수입보험료 17억원)을 시작으로 매월 20%이상의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교원들의 전문자동차보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교원이라는 한정적인 시장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어 보험사라기보다는 공제회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교원 가족까지는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주력 마케팅 대상은 교직월들이기 때문에 교원공제의 색채가 진하다.

교원자보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함께 장기보험의 도입까지는 고려하고 있지만 시장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교원자보 설립 취지에 맞지 않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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