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USA투데이의 혁신

입력 2016-02-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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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미국의 전국지인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가 미디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많은 언론사들과 언론인들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혁신 보고서에 매달려 있었다. 데이터 구조화와 디지털 우선, 그리고 소셜미디어 역량 강화 등을 강조한 NYT가 마치 신문 산업의 미래라고 믿는 듯했다. 그 와중에 2013년까지도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과 NYT에 밀려 3위였던 USA투데이가 2014년 미국 신문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미국 신문업계 1위를 고수하던 USA투데이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특히 디지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3위까지 떨어졌으니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최근 2~3년간 미국 신문 중 가장 혁신적인 전략과 마케팅 다양화를 통해 신문산업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9월 현재 종이신문과 온라인 판을 포함, 매일 413만9000부를 발행(유가독자 기준)해 2위인 WSJ(227만6000부)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년 전인 2013년 9월 발행 부수가 167만4000부였으니 그 증가를 가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과연 USA투데이의 혁신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정답은 전면적인 혁신에 있었다. USA투데이는 2012년 래리 크래머(Larry Kramer) 회장 겸 발행인과 데이비드 캘러웨이(David Callaway) 편집국장을 선임하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었다”고 공언할 정도의 쇄신을 전개했다.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변신’이 핵심이었다.

혁신은 가장 뒤처진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USA투데이는 미국 전역의 호텔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미국인들이 보는 종이신문이라는 인식이 강해 NYT 등 경쟁지에 비해 디지털화가 늦었다. 2013년만 해도 온라인판 구독자가 전체 구독자의 15%에 지나지 않았다. NYT의 온라인판 구독자가 이미 전체 독자의 60%를 넘어설 때였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2014년 언론사로서는 CNN과 NBC에 이어 세 번째로 온라인 트래픽이 많은 신문으로 거듭났다. 종이신문 기사와 온라인 기사의 차별화를 도모한 것이 주효했다. 모두가 스토리텔링 형식의 장문 기사를 만들어갈 때 간략하고 정보 위주인 온라인 및 모바일용 기사를 만들어 승부했다. 짧게, 또 짧게 썼다.

또 USA투데이는 2014년부터 모기업인 가넷(Gannett)이 미국 전역에 소유한 신문 중 35개 지역 신문에 USA투데이를 10페이지로 축약, 공동 배달했다. 이렇게 증가된 신문 부수가 무려 150만부나 된다. 주말판은 이보다 많은 250만부에 달한다.

‘프로젝트 버터플라이(Project Butterfly)’라고 불리는 USA투데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미국의 신문산업 구조를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전국지인 USA투데이와 지역신문이 나비의 양날개가 되어 미국 신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USA투데이가 미국 정치와 국제·경제뉴스를 담당하고 지역신문이 해당 지역 뉴스를 집중 보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이루어 냈다. 호텔을 안방 드나들 듯 하면서도 고향 소식이 궁금한 비즈니스맨들도 USA투데이 온라인판과 더불어 지역신문까지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온라인판만 구독하기보다는 종이신문과 온라인판을 같이 구독하도록 하고, 이에 더해 전국지와 지역지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USA투데이는 또한 2013년 9월부터 뉴스 가판대에서 파는 신문 1부의 가격을 1달러에서 2달러로 전격 인상했다. 어차피 가판대를 통해 판매하는 신문이 얼마 안 된다는 점을 감안, 신문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일반 가정의 정기 구독료는 많이 올리지 않는 이중가격 정책을 추진했다.

신문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신문산업의 미래를 개척해 가느냐에 있다. USA투데이는 이런 와중에 혁신적인 사고로 사양길을 걷고 있는 신문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문이 오랫동안 하버마스가 이야기한 공론장(Public Sphere)으로서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신문이 공공정책 형성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고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이건 모바일판이건 중요한 것은 신문이 민주주의 성취에 기여한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USA투데이의 혁신이 산업으로서의 신문뿐만 아니라 공론장으로서의 신문의 역할을 이어가게 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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