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시를 가다] 일산신도시, 잠에서 깬 ‘베드타운’… 인프라 多갖춘 ‘굿타운’ 변신중

입력 2016-02-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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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신도시는 88서울올림픽이 치러진 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 신도시건설 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됐다. 일산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상징으로 현재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서며 고양시 인구 100만명을 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제공 고양시
▲일산신도시는 88서울올림픽이 치러진 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 신도시건설 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됐다. 일산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상징으로 현재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서며 고양시 인구 100만명을 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제공 고양시

1989년 신도시 지정 92년부터 입주…초기 기반시설 없는 난개발로 혼란

행정기관 이관노후시설 새단장하며‘신도시 대표주자’로 리모델링 박차

최근 전 국민을 쌍문동 한 골목길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엄마’는 아들의 바둑대회 우승으로 5000만원의 상금을 손에 쥐게 된 ‘택이 아버지’에게 일산 땅을 투자처로 추천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덕선 아빠’ 성동일은 “맨 논밭 뿐인 일산 뭐가 볼 것이 있나”라며 손사래를 쳤다. 덕선 아빠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허허벌판 일산은 이듬해 분당과 함께 1기 신도시로 선정되면서 신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했고, 일산은 고양시의 또다른 이름이 됐다.

◇허허벌판 일산, 분당과 함께 신도시로 선정 = 1988 서울올림픽이 치러진 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저금리와 올림픽 효과라는 호재가 맞물리면서 사람들은 투기와 내집마련에 집중했지만 당시 주택 공급량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40만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올림픽 당시 서울의 지가 상승률은 30%, 집값은 10% 상승률에 육박했다. 당시 주요 공급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건설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천정부지로 날뛰는 전월세, 매매 가격이 사회문제로 촉발되자 결국 노태우 정부는 1989년 4월 서울 근교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군포시 산본, 안양시 평촌, 부천시 중동 등 수도권 5개 도시를 건설하는 신도시건설 계획 카드를 꺼내든다. 이 때 태어난 도시가 바로 고양시를 인구 100만 도시로 이끈 일산신도시다.

◇졸속행정의 1기 신도시 = 서울 도심에서 서북쪽 20km 지점에 위치한 일산신도시는 날뛰는 부동산 가격을 잡고 주택난을 해소해보겠다는 정부의 전략으로 태어났지만 무리한 주택공급 일정은 결국 각종 혼란과 사회문제를 안겼다.

백화점, 쇼핑센터, 버스터미널 등 주민생활 편의시설은 물론 서울과 지방으로 연결되는 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는 입주가 시작된 1992년 8-9월보다 훨씬 늦게 완성됐다. 1993년 개통예정이었던 지하철 일산선은 우여곡절 끝에 96년에야 운행됐다.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초기 입주자들은 고생 아닌 고생을 감내해야 했다.

신도시 200만호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건설자재 부족은 심화됐고, 충분한 염분제거작업을 거치지 않은 바다모래가 건설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불량 레미콘 공급으로 짓고있던 아파트를 헐어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5년 안에 5개 신도시를 건설하며 30만 가구에 가까운 주택을 짓겠다는 무리한 계획이 낳은 졸속행정의 결과였던 셈이다.

일산은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의 기능을 대폭 소화하는 자족도시의 청사진을 내걸었지만 당시 일산은 오직 주택만 나열돼 베드타운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안정화 된 도시, 신도시의 상징으로 = 그러나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로의 입주가 본격화된 당시에는 출생률 둔화가 맞물리던 때였다. 동시에 신도시 건설로 인해 서울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하는 데에 한 몫을 했다. 이;에 1985년 69.8%를 기록했던 주택보급률은 1991년 74.2%로 올랐고, 90년대 중후반엔 80%를 넘어섰다.

입주가 시작된 지 1년 만인 1993년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초 분양가보다 평균 2.5배까지 치솟았다. 시세는 당시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낮았던 중랑구의 수준을 넘어섰다. 분당신도시 아파트의 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서울지역 평균가격의 92%에 달했고, 일산 역시 78%까지 도달했다.

특히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도입된 직후인 그 해 하반기 전국의 아파트 값이 0.32% 빠지고 아파트 거래가 주춤하는 와중에도 일산신도시는 1.98%라는 상승률을 보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48평형(현재 기준 158.4㎡) 짜리 백마마을 극동아파트는 2억2000만원에서 2500만원이 뛴 2억4500만원을, 8500만원 수준이었던 22평형(72.6㎡) 백석동 삼호아파트는 한 달 만에 1000만원이나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일산이 신도시였던 만큼 깨끗한 주거환경과 넓은 평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앞으로의 일산 = 현재 일산신도시는 일산동구를 기준으로 사법기관 4곳, 행정기관 6곳, 유관기관 5곳 등 주요기관들이 들어서면서 당초 제기됐던 베드타운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씻어냈다. 하지만 주택만 나열된 도시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일산의 아파트들은 현재 준공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재건축 시기에 대해 세대원들 간 의견 대립이 있고 아직 시기적으로 먼 일이지만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단지 내 자체적으로 혹은 가구별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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